『금세기 들어서기 전 내가 군에 입대했을 때, 그것은 소년과 같은 희망과 꿈의 현실이었다. 나는 아직도 그 당시 막사에서 유행했던 한 발라드의 후렴을 기억한다. 그 가사는 「노병은 죽지 않는다. 그저 사라질 뿐이다」고 노래한다. 이제 나도 군대생활에 막을 내리고 사라지려 한다』 태평양전쟁의 영웅 맥아더장군의 이 고별사를 아직도 기억할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우리 국군의 한 노병이 죽지 않고 의연하게 사라져가는 모습 또한 장하고 감동스럽다. 육군소위로 6·25전쟁때 포로가 되었다가 43년만에 북한을 탈출한 64살의 조창호중위―. 그는 육군사관학교에서 열린 전역식에서 군인의 기품이 어떤 것인가를 다시 보여주었다. 죽지 않고 사라지는 노병을 지탱해준게 무엇인가를 스스로 밝혔다. ◆「나는 죽어도 항복하지 않겠다」는 군인수칙이 힘이 되어주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군인의 길은 험난하지만 이 길이 사내대장부로서 보람임을 사관생도들에게 강조했다. 43년의 혹독한 고난을 모태신앙과 군인정신으로 이겨낸 것이 아닌가. ◆장교 길들이기, 사병 길들이기로 하극상과 사고가 잇따르는 신세대 군인들에겐 이러한 구세대 군인의 비장한 결의와 충고가 어떻게 들리고 받아들여질지 궁금하다. 군인의 길은 가시밭길이며 군인정신은 희생정신과 상통한다. 따라서 기강과 사기는 군대의 생명이나 다름없다. 최고령의 위관계급장을 단 조중위가 귀감이다. ◆다시 맥아더의 말을 들어본다. 『군인은 평화를 더 간절히 기원한다. 전쟁의 상처를 지녀야 하는게 군인이기 때문이다』 평화를 지키고 바라는 것이 바로 군인의 길이다. 평화의 대가는 언제나 비싸고 무겁다. 『군은 숫자보다 정예가 요구된다』 십팔사략에 나온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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