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내 노선정리·여 대응 맞물려/이대표 영수회담제의엔 “변화신호”해석도 이기택민주당대표의 전격적인 의원직사퇴선언으로 혼미를 거듭하고 있는 정국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까. 민주당은 대전집회를 통해 여론이 자기 편임을 확인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노선설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민자당은 이를 청산해야 할 낡은 정치의 유산이라고 연일 몰아치고 있다.
반면 이대표가 대전집회에서 『12·12문제를 포함한 포괄적인 국정논의를 위해』 영수회담을 제의한 것을 「분위기 변화」의 신호로 해석하며 주초 의원총회 결과에 따라 야당의 발걸음이 달라질 것이라는 분석도 상당하다. 이대표의 회견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에서 당내 역학관계의 불균형과 제휴의 한계가 뚜렷이 표출된 만큼 이대표가 「U턴의 조건」들을 재검토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현 단계에서는 여권핵심부와 이대표측의 정국인식이 전혀 다른 길로 치닫고 있는 데다 이대표의 장외투쟁고수를 제어하는 동교동과 비주류의 목소리가 마냥 커질 수 있는 환경이 아니어서 국면은 극히 유동적이다.
여권은 이대표가 『국회를 끝까지 외면하겠다는 것이 아니며 다소 시간이 늦어지더라도 국정에는 임할 것』이라고 말한 것이 퇴로의 틈새를 마련해줄 것이라는 기대도 하고 있다. 하지만 정가관측통들은 이대표 주변에 여전히 강성기류가 우세함을 지적, 『여야 물밑접촉의 분위기가 또다시 형성됐으나 일단 12월12일까지는 중요한 국면변화의 계기가 마련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같은 분석은 「12·12카드」의 정치적 함축성이 법률적 효력을 업고 있는 한 지금은 여야 모두 움치고 뛸 수 있는 여지가 거의 없다는 데서 비롯된다. 이를 뒤집어 말하면 12·12의 공소시효가 끝날 경우 논란은 법률적 관점을 떠나 역사적 또는 정치적 무대로 옮겨 갈 것이고 이는 여야에 문제접근방식의 변화를 요구하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이와 관련, 여권의 대야창구인 서청원정무장관등은 『등원론과 원내외 병행투쟁론이 본격 제기될 주초의 민주당최고위원회의와 의원총회가 정국의 주요 분수령이 될 것』이라며 『그러나 민주당내의 갈등이 조정되고 수습돼 당론의 형태를 띠는 시기는 좀 더 늦춰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야당이 기소주장에 신축성을 보이면 여권도 정국정상화를 위해 나름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시점이기 때문에 이대표의 원내복귀를 위해 여러 카드를 강구할 수 있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또 이대표쪽도 자신의 지도노선에 내부균열이 생겼고 12·12장외공세를 무한정 이끌고 나가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결국 정국은 이번 주 중반까지는 암중모색을 계속할 것이며 이 와중에서 여야의 힘겨루기와 계산도 분주해질 것 같다.【이유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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