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열기속 교사처우외면 자신이권만 챙긴 주지사 구설수 브라질 상파울루주의 공립대학들에 진학할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95학년도 FUVEST(대입학력평가원) 1차시험이 지난 20일 치러졌다. 올해 FUVEST 시험은 예년과 달라 눈길을 끌었다.
우선 수험생들의 부정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문제는 같으나 문항 배열을 달리한 녹·적·청·황·백색등 5가지 색깔의 시험지를 채택했다. 또 수험생들의 능력을 보다 공정하게 평가할 수 있도록 종전에는 두차례였던 시험을 한번 더 늘려 세차례 시험을 치르도록 했다.
대학측으로 볼 때 이같은 새로운 조치는 극히 환영할만 하지만 수험생 입장에서는 하등 반가울 게 없다. 특히 시험을 세차례나 치르게 하는 것은 젊은이들에게 고문이나 마찬가지라고 수험생들은 볼이 부어 있다.
그러나 시험 횟수가 늘어나 괴로움이 얼마나 더 커졌는지 모르지만 대학에 진학하려는 젊은이들은 브라질에서 선택받은 계층이므로 그만한 고통은 감수해야 한다는게 중론이다.
브라질도 고교생들이 대학에 진학하려면 특별학원 과외를 받아야 한다. 학교 수업만으론 입학시험을 통과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쿠르싱뇨라 불리는 특별학원 과외는 수강과목수와 시간에 따라 학원비가 다르나 대략 한달 2백달러선이 일반적이다.
2백달러는 한국내 고액과외비에 비하면 「새발의 피」에 불과할 지 모르나 브라질 저소득층에게는 엄청나게 부담스런 금액이다. 빈부의 격차가 극심한 브라질은 매달 최저임금(75달러선)만으로 살아가는 국민이 약 4천8백만명에 이르고 있어 한달에 2백달러를 들여 과외를 시키려면 최소한 중산층 이상이 돼야 한다는 얘기다.
과외를 받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또 있다. 사립고교 출신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브라질 공립고교의 경우 교육의 질이 낮아 대학진학은 특별한 경우를 제하고는 꿈도 꿀 수 없다. 이같은 현상은 공립학교에 대한 무관심과 투자외면으로 이어져 공립학교의 질이 더욱 떨어지게 하는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해 19개주의 공립학교 교사 22만명이 봉급인상등을 요구하며 79일간 파업을 했을 때도 정부 관계자들이 눈하나 깜짝않고 방치한 사실이 공립학교에 대한 무관심을 반영하는 사례 가운데 하나라 할 수 있다. 정부관계자나 중상류층 인사들의 자녀들은 모두 사립학교에 다니고 있어 공립학교의 수업결손에 안타까워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더욱 재미있는 사실은 지난해 공립 교사들의 파업때 『주정부의 재정부족으로 봉급을 한푼도 올려줄 수 없다』고 가장 강경하게 버텨 교사들이 제풀에 지쳐 나가 떨어지게 했던 플레우리 필류 상파울루 주지사가 최근 엄청난 액수의 연금과 밀린 휴가비를 타겠다고 나선 점이다.
올해 45세의 필류주지사는 상파울루 경찰학교에서 공부했던 14세때부터 공무원 신분이라고 주장, 다음달 임기가 끝나면 매달 8천헤알(9천9백달러)의 연금을 타야한다고 고집, 이를 관철시켰다. 그가 받게될 8천헤알의 연금은 초임교사 월급의 55배에 해당한다. 그가 주지사로 재임하는 동안 공무원법이 개정돼 연금은 오른 반면 교사봉급은 약 32%가량 떨어졌다.그는 또 지난 8년간 한차례의 휴가도 가지 못했다며 이에 대한 보상으로 20만달러를 요구하고 나섰다.
교육공무원들이 쥐꼬리만한 봉급을 올려달라고 요구했을 땐 잔혹하게 거절했던 주지사가 자신의 이권이 걸린 부분에선 터무니없는 주장을 펴고 이를 실현시킬 수 있는 곳이 바로 브라질이다.【상파울루=김인규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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