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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지는 부실아파트 공포(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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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지는 부실아파트 공포(사설)

입력
1994.11.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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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쇄붕괴 증후군이 아직도 끝나지 않았단 말인가. 성수대교에 이은 육교붕괴, 그리고 지하철 2호선 선로절단사고도 모자라 이번에는 아파트의 붕괴위험을 미리 걱정한 입주민들이 한밤에 대피소동마저 피우는 일까지 벌어진 것이다. 일산신도시 삼호아파트에서 발생한 지하주차장의 철근콘크리트 기둥이 휘고 시멘트더미가 떨어져 내린 사고 자체는 지하주차장 26개 기둥중 하나에만 국한된 것이어서 아직은 안전에 이상이 없는 게 다행이랄 수 있다.

 사고가 비록 더 이상 확대되진 않았다 해도 『지하주차장 기둥이 무너져 내린다』는 두 TV의 긴급뉴스를 보고 입주민들이 너무나 놀란 나머지 한밤에 주차차량을 옮기는등 대피소동마저 일으킨 상황을 생각해보면 결코 예사 사고로 가볍게 넘길 수가 없다.

 그렇지 않아도 최근 우리 사회에 잇단 붕괴사고의 공포가 엄습하면서 부실아파트붕괴에 대한 걱정도 끊일 새가 없었다. 마치 그런 염려를 입증이나 하듯 신도시의 신축 2년밖에 안된 새 아파트에서 갑자기 지하주차장 기둥이 휘고 부서졌으니 공포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을 것이다.

 왜 이런 공포와 소동이 생기는 지는 이제 누구나 짐작키 어렵지가 않다. 6공정부가 2백만호 주택건설을 단기간에 무리하게 추진하는 과정에서 부실자재·부실시공·부실감리등 온갖 문제가 생겨났던 것이다. 그래서 심한 자재난으로 씻지 않은 바다모래와 녹슬었거나 규격미달인 철근과 함량미달의 레미콘을 예사로 사용했다. 또한 심한 건축숙련공 인력난으로 미숙련공들이 시공을 맡았는가 하면 원가절감을 위해 무리하게 공기마저 단축하는 과정에서 온갖 부실요인을 안고 있다는 주장과 걱정이 공공연했었다. 그리고 걱정을 뒷받침하듯 최근 분당등 신도시의 신축아파트에서 부실시공에 따른 하자보수시비가 끊일 새 없었던 것이다.

 이번 삼호아파트 사고는 90∼92년의 자재난·인력난 때 건립된 아파트군에 해당하는 것이어서, 결과적으로 최근의 신축 대형아파트들에 대한 불신감과 공포를 덩달아 높여줄 개연성마저 부인키 어렵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에서는 낡은 아파트든 새 아파트든 일제히 철저한 안전점검을 하는 길밖에 다른 묘책이 없다 하겠다. 그래서 우리는 일산·분당·중동등 신도시 대형아파트군을 비롯, 전국 아파트에 대해 행정력과 기술력을 망라한 일제안전점검을 시행, 더 큰 사고를 막고 시민들의 공포감을 없애라고 당국에 촉구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아파트부실문제에서는 제발 다리나 지하철처럼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우를 되풀이 말아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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