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UPI AFP=연합】 직권남용등 부패혐의를 받고 있는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가 26일이나 27일중 밀라노 근교 별장에서 치안판사들로부터 신문을 받게 될 것이라고 RAI TV가 25일 보도했다. 베를루스코니총리는 그러나 이날 자신의 혐의를 재차 부인하고 출범 6개월째의 보수 연정을 계속 이끌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베를루스코니총리는 언제 마니 풀리테(깨끗한 손)치안판사들의 조사에 응할 것인지 언급하지 않았으나 이날 변호사를 선임했다고 밝혔다.
베를루스코니총리는 이와 함께 노동단체들의 총파업을 막기 위해 논란이 돼 온 연금삭감 계획을 재고하기로 약속했다고 노조 지도자들이 말했다.
그러나 CGIL과 CISL, UIL등 노조연맹 지도자들은 하루전 베를루스코니총리와 만난 뒤 다음달 2일로 예정된 파업을 철회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서 사법부 소식통들은 베를루스코니총리가 뇌물를 주는데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은행계좌가 드러나는등 부패 관련혐의에 대한 새로운 증거들이 발견됐다고 말했다.
소식통들은 또 베를루스코니총리 소유의 피닌베스트 그룹 수사를 맡아 온 안토니오 디 피에트로치안판사가 검찰관들로부터 수사진행 방향에 관해 질의를 받았다고 덧붙였다.
◎베를루스코니의 운명은…/연정휘청·총파업예고 사면초가/정경분리·총선카드로 돌파기대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총리가 한발 한발 낭떠러지로 내몰리고 있다.
밀라노검찰의 소환조사가 임박한 가운데 로마검찰도 베를루스코니의 뇌물공여혐의에 대한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결국은 『마니 풀리테(깨끗한 손)의 칼날에 날아가고 말 것』이라는 관측조차 부정하기 어렵게 됐다. 노동장관(기독민주중앙당)은 이틀전 『연정은 이제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며 연정붕괴를 선언하기까지 했다.
노동계도 「칼날」을 들이대고 있다. 베를루스코니 개혁정책의 핵심인 내년도 초긴축 예산안에 항의, 지난 13일 로마에서 1백50여만명이 전후 최대규모의 시위를 한 데 이어 상원의 예산안 표결일인 내달 2일에 맞춰 8시간의 전국 총파업을 예고해 놓고 있는 것이다.
베를루스코니는 이에 맞서 마지막 안간힘을 쓰고 있다. 우선 밀라노검찰의 소환장이 날아들자 뇌물공여혐의로 말썽이 된 자신의 피닌베스트그룹 산하 3개 TV채널 주식을 매각, 경영권을 포기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연정분열로 국정수행이 불가능해지면 총리직을 사임하고 즉각 총선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이같은 「선언」은 총선을 다시 할 경우 재선에 불안을 느끼는 연정세력들의 발목을 붙잡아 가중되는 사임압력을 막고 자리를 유지하자는 「배수의 진」이라고 할 수 있다.
베를루스코니는 이와 함께 오는 29일 각의를 열어 정국위기 해결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그러나 연정내의 개혁담당장관까지 『베를루스코니는 민주주의에 대한 생각이라고는 전혀 없다』고 비난하는등 그의 연정운영방식에 강한 불만을 드러내고 있어 결과는 미지수다.
그나마 스칼파로대통령과 상·하원 의장이 총리를 사퇴시킬 수 있는 방법은 불신임투표뿐이라고 거들어 한가닥 위안을 주고 있을 뿐이다.
베를루스코니에게는 오는 12월이 가장 잔인한 달이 될 것임이 분명하다.【이광일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