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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무부의 잇단 불상사(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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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무부의 잇단 불상사(사설)

입력
1994.11.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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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삼대통령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을 계기로 벌였던 일련의 정상외교활동중 발설하기 조차 부끄러운 불상사가 있었다는 후일담이 지금 장안의 화젯거리로 등장하고 있다. 정상외교에 수행했던 외무부직원이 대통령의 여권을 팽개쳤다. 대통령이 출발전 서울에서 보고받은 내용이 현지에 가보니 사실이 아니더라. 대통령이 인도네시아와 호주에서 외무부의 허위보고에 두번이나 화를 냈다. 같은 허위보고 사건이 작년 시애틀 정상회담때도 있었다. 이런 얘기가 사실이라면 보통일이 아니다.

 외교를 잘 모르는 일반 국민이 듣기에도 도저히 이해가 안가는 해프닝들이다. 한가지도 아니고 여러가지 사건(이것은 분명히 사건이다)들이 이렇게 잇달아 일어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이런 일련의 사건에 대해 우리는 착잡한 마음을 달래기 어렵다. 세계화를 주도해 나가야 할 외교전선에 이상이 있음을 알리는 적신호이기 때문이다.

 제일 먼저 마음에 걸리는 것은 외교관의 기강문제이다. 외교관은 다른 공무원들과 달리 외국과의 관계에서 나라를 대표해서 일하는 공직자다. 그래서 개인적 긍지와 명예도 남다르다.

 그런 외교관이 국가원수의 여권을 집어던지고 대통령을 속이는 일을 서슴없이 자행했다니 기가 차지 않을 수 없다. 기강해이는 말할것도 없고 국가 공무원으로서 갖춰야할 최소한의 자질까지 의심치 않을 수 없는 사건이다. 국가 이익을 위해서 불철주야 세계각지에서 뛰고 있는 많은 외교관들의 얼굴에 먹칠을 하는 파렴치한 사건이다.

 왜 이런일이 터졌는지 보다 구체적으로 파고 들어가 원인을 캐보자. 외무부에서 잔뼈가 굵어진 직업외교관이 아닌 학자출신 장관이 제대로 인사와 기강을 장악하지 못한 탓인가. 아니면 외무부와 해외 공관의 인맥과 속사정을 잘 모르는 장관이 왔다고 해서 직원들이 지휘 감독 소홀의 틈을 이용해 직무를 태만히 한 탓인가.

 그렇지 않으면 외교는 우리밖에 모른다는 독선과 자만심에서 나온 결과일까. 아니면 국제화니 세계화니 하는 절실한 구호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자신도 모르게 빠져있던 매너리즘 탓인가.

 아마도 원인은 이중의 하나가 아니라 모두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 외무부의 병폐가 쌓이고 어우러져 이런 수치스런 불상사를 낳지 않았나 하는 것이다. 여기에 한가지 더 추가한다면 부처 이기주의 현상이다. 지금 우리가 선진화를 위해서 타파해야할 관료체제의 고질중 하나이기도 하다.

 진상을 철저히 조사해서 엄중문책하는 것만이 국가를 위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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