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들 주장·지도부부인 양상/“분위기 조성용” “개인의견” 갈려/실현 가능성 희박 불구 남은기간 논란 계속될듯 민자당이 때아닌 잇단 단체장선거연기론으로 어수선하다. 당지도부는 애써 강하게 부인했지만 몇몇 의원들로부터 흘러나오는 얘기들이 심상치 않다. 야당도 혹시 「애드벌룬 띄우기」식의 상황전개가 아닌가 해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실적으로 선거연기는 불가능하리라는게 정가의 지배적인 관측이다. 그러나 정치가 「변화무쌍한 생물」인 점을 감안해 보면 내년 선거까지의 남은 7개월은 매우 긴 시간일 수도 있다.
민자당내의 지자제연기론은 그 뿌리가 깊고도 넓다. 첫 시도는 지난 국정감사에서 국회내무위소속 박희부 반형식의원에 의해서였다. 이어 비록 불발됐지만 민주계인 강인섭의원이 대정부질문을 통해 이를 주장하려 했었다. 이들의 문제제기는 당지도부가 서둘러 부인함으로써 불길이 잡히는 듯했다.
하지만 지난 22일 초·재선의원 20여명의 모임에서 다시 연기론이 피어올랐다. 민주계인 송천영의원의 주선으로 이뤄진 자리에서 강사로 초청된 김용래전서울시장이 단체장선거연기를 피력하자 동조가 쏟아졌다. 『행정개편과 행정체계조정이 선행돼야 한다』(손학규의원) 『지역이기주의를 고착시킬 수 있다』(송광호의원) 『지방재정자립도가 형편없다』(성무용의원)는등의 주장이었다. 송천영의원은 그후 의원들을 대상으로 한 서명운동계획까지 밝혔다.
파문은 다음날 민주계 실세중 한사람인 김덕룡의원에 의해 더 커졌다. 김의원은 모임내용을 전해듣고 『지자제선거가 선진국에 진입하려는 우리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며 공감을 나타냈다. 이어 24일에는 대정부질문때의 「미수전과」가 있는 강의원이 한층 구체화한 주장으로 가세했다. 강의원은 이날 『내년 3월까지 의원총회에서 선거연기를 결의하고 국민투표에 붙여야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소속의원의 각개약진이 이어지자 마침내 김종필대표와 문정수사무총장이 진화에 나섰다. 김대표는 이날 『지자제연기주장은 개인의견일 뿐』이라며 『계획대로 선거는 치러진다』고 못을 박았다. 문총장도 『의원들의 의견은 모두 단체장선거를 위한 지방자치법개정과정에서 걸러졌던 것』이라고 일축했다.
당지도부가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자 연기론을 개진했던 당사자들도 한발짝 물러서는 양상이다. 손의원의 경우 『지자제실시전에 중앙권력의 분산등 제도적 준비가 충분히 이뤄져야 함을 강조했을 뿐 선거연기를 의도하지는 않았다』고 해명했다. 또 강의원도 『당지도부나 여권핵심부와의 사전교감은 전혀 없었다』고 「외부입김설」을 극구 부인했다.
이처럼 민자당이 지자제연기론을 두고 「머리따로 몸따로」식의 행보를 계속하자 배경과 진의를 놓고 갖가지 해석이 나오고 있다. 먼저 『결정적 시기를 노린 사전분위기조성용』으로 보는 것이다. 『어느 집권세력이 권력의 분산을 좋아하겠느냐』는 이유에서다. 일부지만 아예 『여권핵심부의 진의를 간파한 민주계 의원들이 악역을 자임하고 나섰다』고 확신하는 견해도 있다. 『집권세력이 법을 어긴 경우가 어디 한두번이냐』는 냉소적인 시각이다. 반면 일부에서는 『단체장선거가 실시될 경우 기득권을 잃게 될 의원들이 개인적 차원에서 내놓는 불만』이라고 평가절하하기도 한다.
어떻든 민자당내의 단체장선거연기론이 현실화할 가능성은 적어보인다. 김영삼대통령 자신이 『지자제선거는 예정대로 치러진다』고 누차 다짐해 왔기 때문이다. 『지금 상황에서 단체장선거연기결정은 여당이 망하는 지름길』이라고 극언하는 여권인사도 많다. 야당의 반대로 초래될 정치적 부담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체장선거결과불확실성과 의원들의 기득권상실우려등에 비춰 내년 4대선거전까지 논란은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신효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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