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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치히/동부독일 「경제도시」 르포/“내고장 부흥” 활기찬 삽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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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치히/동부독일 「경제도시」 르포/“내고장 부흥” 활기찬 삽질

입력
1994.11.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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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영화 본부 신탁관리청/땅·기업·상점 매각총괄/“시장경제 건축가” 각광/2,000년까지 5조원투자… “유럽 제1의 도시로” 부상 베를린의 옛동독지역인 라이프치히거리의 신탁관리청 건물은 나치시대 비밀경찰인 게슈타포의 본부였던 곳이다. 히틀러의 공포정치를 지탱해 주었던 이 건물에서 지금은 사회주의경제를 자본주의경제로 전환시키는 작업이 한창 진행중이다.

 공산권경제의 선두주자였던 옛동독의 1만3천여개 국영기업과 2만여개의 국영상점, 수백억㎡의 토지를 민영화하는 일을 떠맡은 신탁관리청은 90년6월 동독 국유재산의 사유화에 관한 신탁법을 근거로 설립돼 같은해 10월 본격적으로 업무에 들어갔다. 이후 이 기관은 1만3천개 국영기업중 1만여개 기업을 민영화하고 2만여개 국영상점의 운영을 효율적으로 개선하는등 괄목할만한 활동을 벌여왔지만 동서독지역 주민들 모두로부터 극단적으로 상반된 평가를 받고 있다.

 서독지역의 야심찬 기업가들은 신탁관리청을「시장경제의 건축가」라고 극찬한다. 그러나 신탁관리청이 추진해 온 민영화 과정에서 일자리를 잃은 2백50여만명의 동독지역 실업자들은 신탁관리청을 「동독경제의 파괴자」라고 격렬히 비난한다. 서독지역의 주민들중에서도 신탁관리청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동독붕괴 직전 동독정부가 평가한 동독국영기업의 총재산가치는 6천억마르크에 달했다. 그러나 실제 뚜껑을 열어 본 결과 실제 가치는 10분의 1도 안되는 4백20억마르크에 불과한 것으로 산정됐다. 이때문에 당초 흑자예상과는 달리 민영화작업이 완료되면 신탁관리청은 3천억마르크의 빚더미에 올라설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막대한 빚은 결국 납세자들의 세금부담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때문에 가뜩이나 통일비용에 허리띠를 졸라매 온 서독지역 주민들은 신탁관리청의 방만하고 졸속적인 일처리에 비난의 화살을 쏘아대고 있다. 정부 각부처에서 3천명을 차출, 짧은 시간에 급하게 민영화작업을 추진하다 보니 각종 투기꾼들과 사기꾼들이 발호하게 된것도 신탁관리청 활동에 대한 비판의 이유가 되고 있다.

 그러나 신탁관리청은 이같은 비난과는 달리 동독기업의 민영화와 동독지역 경제활성화에 대해 매우 낙관적인 견해를 밝히고 있다. 이런 낙관은 통일 이후 독일정부가 막대한 재정부담을 줄이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외국자본유치 노력에 바탕을 두고 있다. 문화와 언어의 장벽으로 지금까지는 주로 서독지역기업이 동독지역에 투자하고 있지만 독일정부가 기업인수자에 대해 인수대상기업의 부채탕감, 환경규제 완화등 각종 혜택을 확대하고 있기 때문에 외국기업의 투자가 늘어날 것이라는게 신탁관리청 관계자들의 전망이다.

 신탁관리청의 외자유치담당 국장인 칼러만 클뢰첸박사는 『현재 외국기업들의 직접투자는 8백40건이지만 앞으로 크게 늘어날 것』이라며 『지금 당장은 경제체제 변화에 따른 고통이 커서 불평과 불만이 많지만 향후 15년 이내에 동독지역은 실업등 부작용을 해결하고 경제적인 번영을 누리게 될 것』이라고 자신한다. 현재 동독지역에 형성되고 있는 엄청난 규모의 새로운 투자기회에 비추어 볼 때 극소수 투기꾼과 사기꾼의 비리는 결코 문제가 될 수 없으며 그보다는 동독지역 경제의 잠재력에 눈길을 돌려야 한다는 설명이다.【베를린=김현수기자】

◎외자유치 본부 상공회의소

 동부독일 경제의 활력은 라이프치히에서 가장 잘 느껴진다. 통일독일의 수도 베를린에서 기차로 남쪽을 향해 2시간30분가량 가면 우리에게도 귀에 익은 도시 라이프치히가 나온다. 라이프치히는 구동독의 사회주의 체제에서도 자본주의국가의 어느 도시에 못지 않게 공업 상업 금융이 골고루 발달한 도시였다.

 라이프치히 박람회의 경우 8백년역사를 자랑하고 있다. 자연히 구동독체제하에서 라이프치히 사람들은 사회주의의 비효율적인 틀을 더욱 불편하게 느꼈었다. 지난 89년 독일통일의 열망이 동독지역 곳곳에서 터져나갈 곳을 찾으며 부글부글 끓고 있을 때 라이프치히는 배출구역할을 했다. 매주 월요일 시내광장에서 열렸던 월요촛불집회는 통일시위를 가속화하고 결국 독일을 가로지르고 있던 장벽을 무너뜨리고 말았다. 이 때문에 우리 유학생들 사이에서 라이프치히는 「독일의 광주」라고도 불린다.

 라이프치히는 통일후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 도시 전체가 꿈틀거리는 활력에 가득차 있다. 사회주의체제하에서 펴지 못했던 꿈을 이제 마음껏 펼치려는 듯이 보인다.

 라이프치히의 활력은 현재 진행중인 수십가지 프로젝트와 분주히 움직이고 있는 건설중장비들의 모습에서 쉽게 느낄 수 있다. 이들 프로젝트에는 지난해부터 2000년까지 줄잡아 1백억마르크(약 5조원)가 투자될 예정이다. 

 라이프치히는 지난 5월에는 전독일 상공회의소 전체회를 유치했을 정도로 독일경제에 있어서 중요성을 인정받았다. 지난 92년 독일의 업계전문잡지 「코포레이트 로케이션」은 미래 유럽의 주요 10대도시로 라이프치히를 첫째로 꼽았다.

 라이프치히 상공회의소 요셉 슈미트씨는 『라이프치히는 살아있는 도시다. 동부독일 어디서도 이만한 활력은 찾아보지 못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서독출신인 슈미트씨는 라이프치히는 특히 시민의 수준이 높고 도시의 위치와 사회간접시설이 나무랄데 없다고 말했다. 독일중동부에 위치한 라이프치히는 동구권으로 통하는 관문으로는 적격이다. 라이프치히 할레공항의 이용객수는 92년 1백만명에서 지난해에는 약 1백50만명으로 껑충 뛰었고 2000년에는 3백만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95년 개장목표로 13억마르크를 투입해 공사중인 박람회장은 3만여평의 전시장과 7천대를 수용하는 주차장을 갖추고 라이프치히 부흥의 원동력이 될것으로 시민들은 기대하고 있다.

 라이프치히가 오랜 사회주의적 경제체제에서는 쉽게 벗어났으나 넘쳐나는 활력을 수용하기 위해서는 돈이 가장 필요하다고 슈미트씨는 강조했다. 따라서 라이프치히시는 해외투자에 대해 감가상각의 대폭인정과 다양한 세제혜택을 주고 있으며 특히 한국을 비롯한 동남아자본 유치에 적극적이다. 

 슈미트씨는 『라이프치히는 독일이 아닌 유럽, 나아가 세계의 도시가 될 것이다. 라이프치히는 일정한 투자기간을 거치면 엄청난 힘을 갖고 도약할 것』이라고 자신했다.【라이프치히=송용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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