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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P의 수수방관/정광철 정치부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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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P의 수수방관/정광철 정치부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4.11.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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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마고지전투때도 쉬는 사람이 있었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아무리 화급한 일을 당해 바빠도 누군가 한가하게 지내는 사람이 있다는 얘기이다. 김종필민자당대표의 요즘을 두고 민자당내에 이런 얘기가 나오고 있다. 12·12문제로 국회가 20일째 파행을 계속하고 있지만 이를 해결하기위한 김대표의 노력이 거의 없다는 점을 빗대는 말로 해석된다. 그동안 김대표가 한 일이란 『단독국회를 하겠다』는 엄포가 고작이었다. 지난 21일 확대당직자회의에선 「지옥론」을 펼치며 『욕을 먹더라도 옳은 일을 해야한다』고 말했다. 옳은 일이란 단독국회를 뜻한다. 지옥에 갈 정도로 욕을 먹더라도 그래야한다는 의미로 들렸다.

 김대표는 당내에서는 훌륭한 조정자로 평가받고 있다. 보수세력의 상징으로서 여러가지 색깔이 섞인 당의 화합에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는 평이다. 무리없는 처신과 적절히 보수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순발력등이 김대표가 의외로 장수하는 비결이라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이번의 여야 대치국면에서 김대표의 역할은 거의 없었다는 표현이 정확하다.정국운영에 대해 상당한 책임을 지고 있는 인사는 다름아닌 집권당대표인 김대표이다.정국이 꼬이면 더욱더 그러할 것이다.지난 16일의 당무회의에서는 김대표의 역할에 대한 주문이 나오기도 했다.기자회견을 갖고 12·12에 대한 당의 입장을 적극 홍보하자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김대표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그렇다고 파행국회를 해결하기 위한 대화노력을 시도한 것도 아니다. 매일 열리는 각종 회의를 주재하는 판에 박은 일상사의 연속이었다.

 물론 김대표의 좁은 입지를 고려해야 한다는 측면도 있다.또 야당이 김대표를 민자당의 실질적「대표」로 인정하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대표의 수수방관은 지나친 몸사리기라고밖에 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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