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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4.11.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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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태평양의 망망대해에 수백의 크고 작은 산호초섬들이 2열종대로 옹기종기 몰려있는 마셜제도는 91년 9월 남북한 동시가입때 함께 회원국이 된 유엔동기생이다. 세계지도에는 보일락말락한 점들로 나와있고 총인구라야 2만을 간신히 넘는 이 나라는 미국의 신탁통치를 받다가 79년에 독립했다. ◆2차대전당시에는 미군과 일본군이 혈전을 벌였고 강제동원된 한인들도 수없이 희생된 격전장이기도 하지만 비키니와 에니웨토크환초는 핵무기실험장으로 현대사에 올라있다. 히로시마(광도)에 투하된 최초의 원자폭탄을 비롯하여 미국이 개발한 신형핵무기의 대기실험은 이곳에서 실시되었다. ◆대기중 핵실험의 중단으로 핵실험장이 문닫은지는 오래되었으나 방사능오염이 심해 두 섬은 전쟁희생자의 원혼만이 비목조차없이 헤매는 불모의 섬으로 방치되어 있다. 아무런 자원도 없어 재정난에 허덕이는 마셜제도정부는 나라살림의 주름살을 펴기 위해 저주받은 불모의 섬 개발에 나섰다고 한다. ◆핵무기실험장이었던 비키니와 에니웨토크에 핵폐기물 영구저장시설을 세워 선진공업국에 임대함으로써 국가세입을 증대하는 방안이다. 핵폐기물처리장 한 곳의 건설비는 대략 15억달러, 현재 구상중인 계획이 실현되면 마셜제도는 국가재정의 주름살을 펴고 선진공업국들은 핵폐기물처리의 고민을 해결하여 일석이조의 효과를 올리게 된다. ◆그러나 핵폐기물의 국외반출에 따른 국제분쟁가능성, 해상수송중의 안전문제등 워낙 민감한 문제가 가로 놓여있어 선진공업국들은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 핵폐기물처리장설치 입지문제로 몇년째 홍역을 치르고 있는 한국으로서는 마셜제도의 핵폐기장건설계획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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