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입은 사람들 껴안겠습니다”/“개혁불사와 종단 대화합 최우선/권한축소됐지만 도덕적 호소로 풀어갈것/「생산불교」로 거듭나기… 인재양성·포교등 전력”□대담=백우영 문화1부장
불교 조계종은 21일 월주스님(59·금산사 회주)을 새 총무원장에 선출함으로써 개혁불사에 탄력을 더하게 됐다. 62년 통합종단 출범이후 4년임기를 제대로 채운 총무원장은 서의현스님 한명뿐이었다. 그러나 서전원장은 3연임에는 성공했으나 파행적인 종단 운영등으로 개혁회의체제 출범과 함께 불명예 퇴진을 해야 했다. 이번 선거는 종단 역사상 최초의 평화적 종권교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23일 원로회의에서 만장일치로 인준을 받은 월주 신임 총무원장을 서울 구의동 영화사에서 만나 불교개혁과 종단중흥 방안에 대한 포부를 들었다.【편집자주】
―총무원장에 당선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개혁불사의 중책을 맡으신 스님의 종단 운영 방향을 듣고 싶습니다.
『종도의 염원이 담긴 개혁작업을 계속 추진할 것입니다. 그러나 개혁하는 사람의 의지와 그 방법이 훌륭하더라도 갈등이 있으면 혼란이 생긴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종단의 대화합을 위한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겠습니다. 우선 개혁불사 과정에서 상처입은 사람들을 돌봐야겠습니다. 명백한 해종행위만 하지 않았다면 적법한 절차를 거쳐 구제하겠습니다. 전 총무원장(서의현전원장) 당시의 피해자도 포함해서 말입니다. 늦어도 한달안에 이를 위한 심사에 들어갈 것입니다』
―종단 안팎의 사회운동에도 관심을 쏟아 온 스님은 「개혁의 상징」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종단의 이번 개혁작업에서도 큰 역할을 하셨는데요.
『「개혁의 상징」이라는 말씀은 과찬입니다. 단지 불교발전을 위해 전 총무원장의 장기집권을 막아야 한다는 종단의 여론이 옳다고 믿었습니다. 총무원장의 권한이 파행적으로 강화되고, 몇몇 사람이 요직을 독차지하는 상황에서 불교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고 생각해 개혁회의에 동참했습니다』
―종단내에 인재양성의 목소리가 큽니다. 스님 생각은 어떠신지요.
『불교발전과 중흥을 위해서는 많은 인재가 필요합니다. 교육 포교 언론 행정 경영등 각분야의 인재를 양성하는 방안을 모색중입니다. 예를 들면 4년제이면서도 각종학교 자격에 머물고 있는 중앙승가대학을 정규 대학으로 만들어 교육의 질을 높이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2만평 규모의 새 학교 부지도 확보했습니다. 재가불자를 위한 교육방법도 다각적으로 연구하고 있습니다』
―당선이 확정된 뒤 불교 재정자립에 관해 언급하셨는데.
『우리 불교는 더이상 신도의 시주나 사찰 수입에만 의존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불교 스스로 재원을 확보하고 사용할 수 있는 「생산불교」로 거듭나야 합니다. 불교 유휴재산을 활용, 불교기업단을 만들어 그 수익을 포교·역경사업의 재원으로 활용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스님은 80년 총무원장에 취임했지만 「10·27법난」으로 6개월만에 물러나는 아픔을 겪으셨는데.
『10·27법난은 신군부가 정권의 정통성 확보 수단의 일환으로 사회정화란 명분을 내세워 자행한 불교탄압입니다. 당시 총무원장인 나를 23일동안 보안사에 감금해 놓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누구도 미워하지 않고 지금까지 인고하며 살아왔습니다. 전두환씨가 백담사로 올라갈 때 참회하러 간다고 해 반대하지 않았습니다. 노태우전대통령시절 정부의 사과와 극히 부분적인 보상을 이끌어 냈지만 아직까지 미흡한 것이 사실입니다. 인고의 세월을 통해 국가와 민족, 또 불교를 위해 기여할 길을 숙고해보는 값진 경험을 했습니다』
―이번 선거는 덕숭문중(속칭 「월」자문중)이라는 한 집안의 사형사제가 나란히 출마해 관심을 모았습니다.
『피선거권이 있는 사람은 누구나 출마할 수 있습니다. 이번 선거도 절집에서의 삶과 능력, 종책을 보고 선택하는 과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선거라는 방식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생각합니다. 과거에도 중앙종회의원들이 무기명 비밀투표로 총무원장을 뽑았습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미흡한 점이 많아 종도의 의사와는 달리 엉뚱한 결과가 나오는 일이 비일비재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선거는 발전적인 제도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직선제는 선거의 과열이 우려되기 때문에 반대합니다』
―개혁회의가 개정한 종헌·종법에 의하면 총무원장의 권한이 매우 축소됐습니다. 이로 인한 어려움은 없겠습니까.
『앞으로 교구 본사와 말사에 과거와 같은 강력한 행정력을 발휘하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일을 추진함에 있어서 지도부가 도덕적인 호소를 통해 신뢰를 얻어내면 무난히 합의를 도출하고, 동참시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권한을 덜 갖고 더 많은 것을 이끌어내는 원장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스님은 19세때 출가하셨는데 집안이나 출가 배경에 대해 말씀해주시지요.
『유교적인 가정에서 불교신앙을 갖고 성장했습니다. 어느날 세속 생활보다는 불교에 입문해 살아가는 것이 진리를 담고 보람되게 사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출가한지 6년째에 출가의 참뜻을 깨달았습니다』
―한국일보와의 대담에 응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끝으로 한마디 하신다면.
『불교개혁과 화합, 중흥을 염원하는 모든 종도들의 뜻을 겸허히 받아들이겠습니다. 겸허히 일을 하는 총무원장이 되겠습니다』【정리=김철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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