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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징수법규불구 공단 “낮잠”/「국민연금 횡령」 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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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징수법규불구 공단 “낮잠”/「국민연금 횡령」 충격

입력
1994.11.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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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부실… 88년이후 590억 체납/방치땐 기금고갈 불보듯 검찰이 22일 발표한 국민연금 기여금 횡령사건은 여러차례 지적된 국민연금의 부실관리로 인한 재정파탄 가능성이 단순한 기우가 아님을 입증했다.

 이 사건은 갑근세와 마찬가지로 근로자 급여에서 매달 원천징수하는 본인 기여금을 사업주가 국민연금관리공단에 납부하지 않고 중간에서 가로챘다는 점에서 인천 북구청과 부천시 세금횡령사건과 비슷한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국민연금제도는 노령 또는 질병으로 소득원을 상실할 경우 연금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해 국민들의 안정된 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88년 도입된 복지제도다. 이 제도는 별도의 연금혜택을 받는 공무원·군인·사립학교교원등을 제외한 18세이상 60세미만의 전국민을 대상으로 하며, 근로자 5명이상인 사업체는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한다.

 연금기금 조성을 위한 갹출료는 월급여의 6%이며, 이중 근로자가 3분의 1, 사업주가 3분의 2를 부담한다. 사업주는 근로자 기여금을 월급에서 원천공제, 사업주 분담금과 함께 다음달 말까지 연금관리공단측에 납부하도록 돼 있다.

 이번 사건으로 드러난 문제점은 사업주가 기여금과 분담금을 제때 납부하지 않았을 경우 재산을 압류·처분해 강제징수토록 돼 있는 법규정을 연금관리공단측이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점이다.

 국민연금법에 의하면 기업이 연금 분담금을 체납할 경우 독촉장을 발부하고 그래도 납부하지 않을 때는 국세체납때와 같이 재산압류및 매각절차를 거쳐 체납된 분담금을 채워 넣도록 돼 있다. 그러나 연금관리공단은 형식적인 압류절차만 취했을뿐 실제 강제집행을 하는 경우는 드문 것으로 밝혀졌다.

 이 때문에 88년이후 지금까지 5백90억여원에 달하는 갹출료가 체납됐고 올들어 8월까지의 체납액만도 3백1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검찰조사결과 밝혀졌다.

 공단측은 『영세업체의 경우 강제집행을 하면 도산이 불가피한 실정이어서 일단 여유를 두고 자진납부를 독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금관리도 중요하지만 근로자 복지를 위해 도입된 제도때문에 근로자가 직장을 잃게 되는 결과를 초래토록 할 수는 없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검찰은 국민연금제도가 실시된 지 7년밖에 되지 않아 공무원연금이나 군인연금처럼 기금부족현상이 나타나지 않고 있지만 느슨한 연금관리를 방치할 경우 머지않아 기금이 고갈되는 사태가 올 수 있다고 경각심을 촉구했다.

 한층 심각한 문제는 사업주들의 만성적인 분담금 체납이 결국 본인 의사와는 관계없이 월급여의 일부를 의무적으로 납입한 근로자들에게 2중, 3중의 피해를 입힐 수 있다는 점이다. 사업주가 분담금을 체납한 상태에서 회사가 도산할 경우 근로자가 기여금은 물론 업주 분담금까지 모두 내야만 연금을 지급받을 수 있다. 해약을 하더라도 사업주의 횡령액을 제외한 금액만 되돌려 받을 수 있다.

 검찰은 이에 따라 국민연금법에 다액·장기체납 사업주를 연금관리공단에서 수사기관에 고발하도록 하는 「당연고발의무」규정을 신설할 것을 관계기관에 건의할 예정이다.

 또 이번 검찰수사에서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체납처리과정에서 공단 담당자들이 체납 사업주와 유착한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검찰은 수사과정에서 공단직원이 업주로부터 20만원의 뇌물을 받은 사실을 적발했으나 유착비리를 입증하는 정도는 아니어서 공단측에 자체징계토록 통보하는데 그쳤다.【이희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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