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시간만 인내” 대야압박 강화/등원론대두로 강공전략 흔들 여당의 단독국회 방침과 야당의 장외투쟁 카드로 고조된 정국긴장은 22일 총무회담을 고비로 한풀 꺾였으나 여야의 정면대치상태가 계속되고 각당 내부사정도 복잡하게 얽혀 정국정상화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민자당은 그동안 단독국회 강행을 외치면서도 이로 인한 정치적 부담이 적지않았던듯 황락주국회의장의 시한부 중재카드를 못이기는척 받아들이며 내심 안도하는 표정이다. 물론 일부에서 『이틀간의 유예가 사태해결에 얼마나 도움이 된다고 한번 꺼낸 칼을 다시 집어넣느냐』는 불만을 나타내기도 했으나 이한동총무등은 48시간의 유예기간이 민주당의 자진등원결정에 「유용하게」쓰여질 것을 기대하고 있다.
민자당은 상오의 여야총무회담이 끝난뒤 즉각 이총무주재로 총무단회의를 연뒤 소속의원들에 대한 본회의소집령을 해제했다. 동시에 당내의 일부 비판론을 의식한듯 당지도부는 『24일이 인내의 마지노선』이라며 『민주당도 이젠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야당을 압박했다. 이와관련, 이총무는 총무단회의가 끝난뒤 『오늘 야당최고위원회의에서 여러 얘기가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야당내 등원론을 주목하며 김종필대표에게도 『뭔가「분위기」가 엿보이는 것 같다』고 희망적 관측을 전했다.
그러나 민자당은 이날 아침 고위당직자회의등을 통해 12·12문제에 대한 기존입장을 재확인했고 박범진대변인도 『야당의 기본태도가 변하지 않는 한 영수회담은 불가능하다』고 단언해 단독국회수순이 이미 서있음을 시사했다.
○…민주당은 이날 민자당의 단독국회강행 방침에 대한 대책을 논의하기 위한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소집했으나 원내외 병행투쟁을 명분으로 한 국회등원론이 강력히 대두되는 바람에 참석자들사이에 2시간이 넘는 격론이 벌어졌다.
여당의 기습적인 단독국회 움직임을 견제하며 다시 강공의 명분을 축적할 수 있을 것으로 믿었던 이기택대표가 「불의의」상황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실제 박지원대변인은 『장외투쟁을 벌인다는 현 당론에는 변함이 없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변할수도 있다』는 「애매모호한」 회의결과을 발표해 당내부의 원내외 병행투쟁론이 향후 12·12정국에 중요변수로 떠올랐음을 시인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이같은 이견표출이 투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에 따라 하오에 다시 최고위원회의를 소집, 일단 이번주말까지는 대전 군중집회등 원외투쟁을 계속키로 의견을 모았다.
이날 병행투쟁론에 앞장선 김상현고문은 『원내 예산안심의등을 통한 문제제기와 장외공세를 병행하는것이 훨씬 효율적』이라고 등원론을 공개 주장했다. 이에 정대철고문과 신순범최고위원이 즉각 가세했고 줄곧 이대표를 지원했던 동교동계의 권로갑 최고위원이 『장외투쟁만이 능사는 아니다. 어떤 투쟁방법이 더 효과적인지를 항상 점검해야 한다』며 한발 물러섰다. 심지어 이대표의 사조직인 통일산하회 고문을 맡고 있는 박일고문도 등원쪽에 섰다.
이에 대해 이대표는 『막상 등원을 하면 12·12문제는 WTO, 추곡수매등 국정현안에 묻혀버리고 말것』이라며 장외강공의사를 굽히지 않았고 홍영기국회부의장, 김원기 이부영최고위원이 이를 지지했다. 기존 계파구도마저 무너져버린 난상토론이 계속되자 유준상최고위원이 「전술상」의 문제를 제기했다. 『중대 국면에서 지도부의 입장차이가 공개되면 적전분열로 비쳐질 수 있으며 이것이 단독국회카드를 꺼낸 여당의 노림수』라고 지적, 급한 불을 껐다.【신효섭·유성식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