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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화와 세계화(장명수칼럼: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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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화와 세계화(장명수칼럼:1747)

입력
1994.11.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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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제화와 세계화는 어떻게 다른가』라고 요즘 만나는 사람마다 서로 묻고 있다. 답답해서 사전을 찾아 봤더니 더 알쏭달쏭해지더라는 사람도 있다. 사전풀이에 의하면 국제주의는 각 나라가 협력하여 세계의 평화와 번영을 이루자는 주장이고, 세계주의는 국경을 넘어 세계사회의 일원이 된다는 사상인데,왜 갑자기 대통령이 그동안 강조해 온 국제화 대신 세계화를 새로운 통치철학으로 강조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김영삼대통령이 아태 3국 순방중 세계화 구상을 밝힌 후 정부내에서도 해석이 분분하자 청와대는 『세계화란 국경개념을 넘어 인류의 보편적인 가치와 공동선을 추구하면서 세계속의 한국으로 부상하려는 노력』이라고 정의한 후 『세계화는 국제화보다 적극적이고 상위적인 개념』이라고 덧붙였다. 22일 확대 국무회의에서 김대통령은 좀 더 자세한 설명을 내놨다. 그는 『세계화는 냉엄한 국제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전략인 동시에 차세대가 세계경영의 중심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원대한 비전』이라고 말했다.

 청와대와 대통령의 잇단 설명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은 아직도 국제화와 세계화 사이에서 헤매고 있다. 어제까지는 국제화가 우리의 목표였지만, 오늘부터는 세계화가 목표라는 말인데, 그 목표를 향해서 가는 길이 과연 다를까. 국제화를 하다 보면 그 결과로서 세계화가 될텐데, 국제화도 못한 마당에 「상위개념」이라는 세계화로 월반을 하라니, 이것이야말로 「한국적 세계화」가 아닐까… 사람들은 우려하고 있다.

 정부는 세계화 추진기구 구성을 서두르면서 이미 구성돼 있는 국제화 추진위원회(총리실)국제화 기획단(경제기획원)기업세계화 지원기획단(상공부)21세기위원회(대통령직속 민간기구)등을 통합재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미 관련부서별로 이처럼 많은 국제화 추진기구가 있었다면, 세계화 추진기구로 강도를 높인다 해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샘솟듯 할것인지 걱정스럽다.

 치열한 국제경쟁속에 살아가려면 하루빨리 국제화, 세계화하는 길밖에 없다는것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다.그러나 대통령이 세계화 구상을 밝히는 방법 ,정부의 추진방안, 기업들의 대응에서 「국제적 세계화」가 아니라 「한국적 세계화」의 불안을 느끼는 국민이 많다. 벌써 대규모의 세계화 실천대회를 여는 기업이 등장했는데,이런 행태야말로 세계화의 적이다.

 12·12처리로 인한 정국경색, 성수대교 붕괴에 이은 육교붕괴, 잇달아 일어나는 공무원들의 세금횡령등을 뛰어 넘어 세계화로 날아갈 수는 없다. 대통령의 선언이 슬로건으로 끝나지 않도록, 「한국적 세계화」라는 기형아가 나오지 않도록, 국제수준의 양식을 회복하는 일이 선결과제라고 생각한다.<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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