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기불능땐 고어유리… 커리·샘 넌 “도전의사” 지난 8일의 중간선거에서 대패한 빌 클린턴미대통령의 96년 재선가도에 이상기류가 흐르고 있다. 민주당내 일부 인사들 사이에서 선거패배에 대한 책임추궁과 함께 재출마 포기를 종용하는 「반란의 목소리」가 심심찮게 들려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92년 클린턴의 당선에 결정적 역할을 했던 민주당지도자위원회(DLC)는 지난 주말 『백악관이 지나치게 급진적인 의료개혁을 추진하다가 중산층의 지지를 잃었다』고 성토하며 민주당의 중도노선 회귀를 촉구했다.
오클라호마출신 민주당 상원의원으로 잔여임기 2년을 남기고 지난주 은퇴한 데이비드 보렌의원은 여기에 한술 더떠 『클린턴은 출마포기를 고려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이에대해 백악관은 논평을 삼가고 있다. 다만 앨 고어부통령이 18일밤 민주당원들의 비공식 모임에서 『차기대권 도전자 논의는 대통령의 레임덕 현상을 가속화하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며 대권논의를 잠재우려 했을 뿐이다.
물론 클린턴대통령이 현직인데다 아직 도전자가 없어 내년초부터 가시화될 것으로 보이는 후보자 지명전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리라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클린턴이 중간선거 후유증에서 빨리 벗어나 지도력을 발휘해나가지 않는다면 그에 대한 도전장은 의외로 빨리 날아들 가능성도 있다.
민주당내에서 클린턴의 대타로 가장 먼저 거론되는 인물은 보브 케리 네브래스카주상원의원. 중간선거에서 쉽게 재선에 성공한 그는 자신을 후원하는 기업가들이 적극적으로 대선출마를 종용하고 있기 때문에 클린턴이 약간만 비틀거려도 지명전에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는 정책노선이 불투명한데다 대중연설이 시원찮다는 약점을 갖고있다. 그는 지난 92년에도 당시 클린턴후보가 제니퍼 플라워스양과의 염문으로 코너에 몰렸을때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채 주저앉고 말았다.
그 다음의 도전자로는 제시 잭슨목사가 꼽힌다. 흑인층의 강력한 지지를 받는 그는 지난 88년 대선에 도전했다가 실패했다. 오래전 출마를 시사한 적이 있으나 최근에는 암중모색을 하고 있는중이다.
샘 넌조지아주상원의원도 민주당 대권후보로 종종 거론되는 인물이다. 그동안 주변의 출마권유를 뿌리쳐온 그는 이번에도 출마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다. 이밖에도 폴 송거스매사추세츠주상원의원도 백악관 도전의사를 굽히지 않고 있다. 그는 2년전 민주당 대통령후보 예선때 클린턴의 강력한 맞수였다.
일부 정치평론가들은 클린턴이 중도에 출마포기를 전격 선언하는 경우에는 현직 부통령인 앨 고어가 지명권을 따내는 데 가장 유리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부르킹스 연구소의 스티븐 헤스연구원은 클린턴이 끝내 인기를 만회하지 못한채 재선에 도전할 경우 1884년 체스터 아더대통령이후 처음으로 지명전에서 탈락하는 대통령으로 기록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워싱턴=이상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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