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들아 살아만 있어다오, 제발 아이들을 돌려주세요』 지난달말 미국 TV화면에 비친 23세된 엄마의 절규는 보는 이의 가슴을 저미게 했다. 「유괴사건」이 일어난 사우스 캐롤라이나주의 작은 소도시 유니언시주민을 비롯한 많은 미국인들이 제 일인양 아이들의 생환을 염원했지만 세살과 18개월을 넘긴 두 남자아이는 결국 열흘 뒤 호수바닥에 가라앉은 자동차 안에서 숨진채 발견됐다.
살려고 발버둥 한 번 쳐보지 못하고 안전벨트를 그대로 맨채 숨진 두 아이를 죽인 범인은 그토록 애절하게 호소하던 바로 그 「엄마」였다. 거짓말탐지기까지 동원한 경찰에 의해 이 사실이 밝혀지자 미국인들은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지금까지 조사된 바로는 남편과 별거중이던 이 여인은 『아이가 달린 여자하고는 살지 못하겠다』는 새 애인의 말을 듣고서 잠든 아이들을 태운채 자신의 자동차를 호수에 밀어넣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범인」이 밝혀진 이후 미국법무부는 어린이 실종사건이 나면 일단 부모를 의심해 볼 것을 권고하는 공문을 사법경찰관들에게 내려보냈다. 「사건이 발생하면 먼저 부모에 대해 거짓말탐지기를 사용하고 아이들이 부모에 의해 숨겨져 있을 것에 대비해 반드시 가택수색을 실시할 것」이 공문의 주된 내용이었다.
이 사건 직후 또다시 플로리다주에서 7세의 여자아이를 살해한 부모가 법무부의 지침대로 거짓말탐지기를 동원한 연방수사국(FBI)에 의해 검거됐다.
부모에게 거짓말탐지기를사용하는 발상의 비도덕성을 우려하던 사람들조차도 연이은 패륜살인 앞에 할 말을 잊은 듯하다.
지구 반대편에서는 부모를 죽인 자식에게 거짓말탐지기가 동원되더니 이곳 미국에선 자식을 죽인 부모들이 이 기계의 심판을 받고 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살인사건이 일어나면 가장 먼저 피해자의 부모자식에게 거짓말탐지기를 들이대야 할 지경에 이른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다.【뉴욕=김준형특파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