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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4.11.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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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만큼 우리생활에 깊숙이 파고 들어와 있는 금속도 없다. 고대사람들은 철을 지배하면 패자가 된다고 생각해 이를 귀하게 여겼다. 철을 이용해 많은 무기를 만들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많은 역사적 사실이 이를 입증하고 있는 데 지금도 철은 산업발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다. ◆고대 이집트 사람들은 철을 「하늘이 준 검은 동」이라며 떠받들었다. 슈메르어로 철을 「하늘의 금속」이라는 표현이 있는데 이것은 인간이 철을 처음에 운석으로부터 얻은데서 기인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이 때문인지 운석을 아주 신성시하는 민족이 많다. 소아시아나 그리스사람들은 예부터 운석을 성스러운 돌로 여기고 존경하는 마음으로 대하고 있다. 이슬람교도들이 신성시하는 메카 카바신전의 흑석도 커다란 운석일 거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우리민족도 일찍부터 철과 인연을 맺어 온 것은 잘알려진 일이다. 충북 진천군 덕산면 석장리에서 최근 발굴된 제철로와 제련로 및 그동안 발굴된 많은 철기유물이 이를 오늘에 증언하고 있다. 동아시아에서 가장 오래된 제련로에 대형 제철로가 발굴됐다는 사실은 그만큼 우리민족이 철을 많이 그리고 소중하게 다루어 왔음을 다시한번 확인시켜 주는 것이다. ◆요즘 우리는 철을 이용만 할뿐 고마움과 그 성질조차 이해못하고 사는 듯 하다. 옛날처럼 신성시하거나 숭배의 대상으로 삼을 것은 없지만 철에 대한 인식만은 제대로 해야할 것 같다. 옛날처럼 철을 알고 신중히 다루고 관리했더라면 성수대교 붕괴나 서울 지하철 2호선의 선로절단과 같은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란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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