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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세로봇/“혈관타고가 진단·치료” 현실로(첨단과학의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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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세로봇/“혈관타고가 진단·치료” 현실로(첨단과학의 현장)

입력
1994.11.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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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모터 이미개발 10년내 실용화/위험작업·스파이활동 등 활용 무한대 지난 66년 출간된 「환상여행(FANTASTIC VOYAGE)」(아이작 아시모프작·러시아)이라는 공상과학소설에는 수술이 불가능한 뇌 장애환자를 살리기 위해 인간이 탄 잠수정을 박테리아크기로 축소, 환자의 몸에 침투시킨다는 내용이 나온다. 박테리아 크기의 잠수정에 탄 인간은 긴 항해끝에 환자의 뇌에 이르러 레이저광선으로 환부를 치료, 환자를 극적으로 살려낸 뒤 눈물구멍을 통해 빠져나온다.

 21세기를 눈앞에 둔 지금 이 소설이 다뤘던 공상의 세계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물론 인간을 축소한다는 일은 불가능하지만 개미만한 크기의 잠수정은 더 이상 공상소설속의 장면만은 아니다. 현미경으로나 볼 수 있는 1백분의 1㎜크기 초소형 프로펠러와 터빈등을 만들어내는 마이크로공학의 눈부신 발전에 힘입어 「극세로봇」의 개발이 빠르게 진척되고 있는 것이다.

 마이크로공학 분야의 국내권위자 서울대 김용권교수(전기공학)는 『마이크로공학에서는 수치상으로나 추론이 가능했던 1nm(1나노미터=1백만분의1㎜)의 정밀도까지 가능해졌다』면서 『최근 연구성과로 미루어 10년안에 극세로봇의 실용화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마이크로공학은 극히 협소한 공간에서 정밀한 작업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첨단공학으로 미세기계 극소엔진 극소형센서와 반도체회로등 각 분야로 나뉘어 연구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이들 분야의 연구성과가 상호 완벽한 조합을 이룰 때 극세로봇의 탄생은 가능하다.

 마이크로공학의 지향점인 극세로봇개발을 위한 연구는 80년대 후반부터 미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진행돼왔다. 이 분야 연구의 메카로 불리는 미버클리대연구팀은 87년 직경 수백㎛(1마이크로미터=1천분의1㎜)크기의 기어축 베어링등 극소기계부품을 제작하는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그 이듬해 정전기의 힘으로 움직이는 직경 1백20㎛의 모터를 개발, 또한차례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이 모터는 현미경으로 수백배를 확대해야 그 구조를 들여다볼 수 있다. 이후 미MIT대가 머리카락두께보다 얇지만 1분에 1만5천번을 회전하는 직경 1백㎛크기의 극소형모터를 만들어냈고 극세로봇을 만드는데 필수적인 세포크기의 극소형 구조물, 육안으로는 구조를 알 수 없는 센서, 압력계등을 개발해 극세로봇의 시대를 앞당기고 있다.

 일본은 이미 2년전부터 나고야에서 산학 공동참여의 미세로봇경진대회를 열고 있다. 이 대회에 등장하는 로봇은 가로 세로 높이가 각 1㎝이하로 언덕과 내리막을 가장 빠르게 오르내리는 로봇에 우승이 돌아간다. 동경대와 도시바등이 산학협동으로 위 내시경을 대신할 수 있는 정밀극소형 센서를 갖춘 미세로봇의 개발을 거의 완료한 단계에 와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에서 마이크로공학을 연구하고 있는 오명환박사(정보소자연구소장)는 『차세대 공학의 성패는 정밀작업을 얼마만큼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면서 『마이크로로봇의 용도는 그만큼 다양하고 부가가치가 크다』고 말했다.

 우선 의료분야의 경우 마이크로 로봇을 환부에 투입, 레이저를 쏘거나 약제를 방출, 효과적 치료를 함으로써 수술이 필요없게 된다. 또 내시경대신 검사로봇을 들여보내 백혈구 수나 콜레스테롤수치를 조사하고 암 심장병등의 정확한 진단도 가능해진다. 산업분야에서는 발전소배관이나 엔진의 내부등을 분해하지 않고 미세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

 농업분야에서는 해충약제 대신 마이크로로봇을 대량 투입, 해충을 구제하고 잡초를 제거할 수 있을 것이다. 원자력발전소등 위험이 뒤따르는 지역에서의 정밀작업에도 극세로봇을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군사분야에 「악용」하면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로봇을 적진에 잠입시켜 정보를 염탐하고 아무도 모르게 엄청난 위력의 수많은 초소형폭탄을 설치할 수도 있어 벌써 우려의 소리마저 나오고 있다.【김동영기자】

◎개발현황/미·일첨단전쟁… 「㎜로봇」단계 넘어섰다/한국은 아직 “초보”… 정·산·학공동연구 필요

 차세대 마이크로공학기술이 최종목표로 지향하는 극세로봇의 실용화를 위해 미국 일본등 선진각국들은 80년대말부터 각기 정부 업계 학계가 일심동체를 이뤄 치열한 개발경쟁을 벌여오고 있다.

 특히 미국은 버클리대를 중심으로 미시간대 MIT 스탠포드대등 주요대학과 IBM 포드 GM 노바센서등 관련업체들이 공동연구를 진행해 극세로봇을 만드는데 필요한 마이크로공학 기술 개발면에서 단연 경쟁국들을 압도하고 있다.

 미국과학재단은 초소형 전기기계시스템을 자금지원대상 기술로 선정, 88년부터 19개 연구기관에 자금을 지원하고 있으며 미국전기전자학회와 미국기계학회는 초소형전기기계시스템저널이라는 학회지를 발간할 정도로 이 분야에 대한 관심이 높다. 미국방성도 이 분야에 일찍이 눈을 돌려 적진에 침투, 정보를 수집하고 전파를 탐지하는등의 첨단기능을 갖춘 미세로봇을 개발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도 미세로봇개발을 통산성의 연구개발과제로 선정, 91년부터 2000년까지 10년동안 2백50억엔(2천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며 동경대 동북대 도요타 도시바 히다치 니콘등이 공동참여해 산업용 미세로봇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본은 경박단소형 제품제작에 남다른 재능을 발휘, 미세로봇 직전 모델인 ㎜크기의 로봇개발에는 미국을 앞서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유럽도 독일의 베를린공대 브라운호퍼연구소등을 중심으로 미세기계구조를 연구하고 있고 네덜란드와 스위스도 이분야 연구에 참여하고 있지만 미국과 일본에 비해서는 다소 뒤지는 실정이다.

 선진외국들이 엄청난 효용과 부가가치를 갖고 있는 미세로봇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데 비해 우리나라는 마이크로공학의 기초기술을 연구하는 초보단계에 머물고 있다. 미세기계가공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서울대 한국과학기술연구원 경북대 금성산하연구소등이 참여하고 있고 미세센서연구도 3∼4년전부터 시작됐으나 미국과 일본을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오명환박사는 『반도체제작에서 보듯 우리나라도 미세가공기술에 강점이 있는 만큼 장기계획을 세우고 미세로봇개발에 뛰어들면 머지않아 선진대열에 합류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이를 위해서는 연구자금지원과 관심도 문제지만 당장 사용할 수 있는 기술개발에만 관심을 두는 업계와 학계의 왜곡된 시각이 가장 큰 장벽』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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