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적으로 이 글을 쓰다보니 익명의 독자로부터 격려나 공감해주는 소리를 들은적도 간혹 있지만 야단을 맞을 때가 더 많다. 또 어떤 글을 써달라는 주문을 받을 때도 심심찮게 있다. 이런 저런 반응을 통해 그때 그때의 우리 사회의 공동의 관심사가 뭔지 참고가 됐을지는 몰라도 결국은 내 소신껏 쓸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내 나이 때문인지 또는 금년이 노인들에게 유난히 흉흉한 해여서인지, 나한테까지 호소해온 분들이 거의가 다 노인들이고 대신 해주길 바란 얘기도 노후문제였다는 것은 적지않은 부채감이 되어 남아있다. 창밖의 나무들도 잎이 흙으로 돌아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한번 꽃은 도저히 흉내도 못낼 장엄한 영광의 시기를 갖거늘 인간의 노후는 왜 이리 쓸쓸하고 구질구질하고 한치 앞도 못내다보게 불안하기만 한지, 비애를 안느낄 수가 없다. 자식이 곧 노후대책이었다고 믿어온 노인들의 배반감은 이해하고도 남지만 그래도 끝까지 자식을 나무라기보다는 복지정책에 등한한 국가만 원망하면서 대책을 촉구하길 바라는 소리를 들으면, 사라져버린 것은 부모한테 하는 효도일뿐 자식을 향한 효도(?)는 극진하고도 끈질기게 남아있는 것 같아 더욱 참담해진다. 그런 분들이 한결같이 분개하는 것은 핵가족인지 뭔지는 그렇게 잘 선진국 것을 받아들이면서도 왜 복지제도는 안받아들이느냐는 건데, 핵가족이 사치품처럼 눈에 혹해서 들여온 외래풍조가 아니라, 급속한 경제성장과정에서 대가족제의 와해는 피할수 없는 필연이었다는 것을 이해해야 될 것 같다. 또 아무리 고령자라도 복지국가의 노인대책에 대해서는 실상보다 더 달콤하게 알고 있으면서 노후에 그만한 대우를 받기 위해 일할 나이에는 얼마나 많이 소득을 국가에다 바쳤으며, 그들의 자식들 또한 현재 얼마나 뜯기고 있나에 대해서는 너무 모르는 척 하지 말았으면 싶다. 또 늙어도 대우 못받는 게 억울한 까닭중 가장 큰 게, 우리 젊었을 때는 웃어른을 얼마나 어려워하고 지성껏 공경했나 하는 것인데, 우리의 예전 노인들도 나이만 먹으면 저절로 대우를 받은 것이 아니라 대가족 속에서 죽는 날까지 고된 노인의 역할을 해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될 것 같다. 요새 노인들은 젊은이 못지않게 편한 걸 좋아한다. 아직 힘이 남았을때 손자만 좀 봐줘도 요긴하게 쓰일수 있다는 걸 번연히 알면서도 기피하다가 노동력이 전혀 없어지거나 자기 몸도 추스를 수 없을 때서야 의지하길 바라는 노인이기주의도 젊은이들의 이기주의 못지않다는 걸 인정해야할 것이다.
금년은 또 유난히 종교단체나 재벌급 기업들이 양로원을 여기저기에 이미 건설중이거나 계획중이라는 보도가 자주 흘러나온 해였다. 대개는 실버산업이라 불리는 유료지만 미리미리 노후대책을 세우거나 집한채 정도라도 지니고 있는 노인층에서는 거기 대한 궁금증과 관심 또한 대단한듯 하다. 얼마나 풍치좋은 곳에 어느정도의 시설을 갖출지도 조금씩 알려지고 있어서 만약 재벌들끼리 자유경쟁을 시킬 경우 호화양로원까지도 생겨날 전망이지만 노후에 바라는 것은 호화생활이 아니라 안정과 평화이고, 사치가 아니라 최소한의 품위이다. 잘 길러놓은 자식들한테도 신세 안지려고 별도의 노후대책으로 어느정도의 목돈이나 집 한채 정도는 확보해놓은 유능하고 용의주도한 노년층일수록 실버산업에 기대치가 높으면서도 불안 또한 큰듯했다. 만약 실버산업에 손댄 기업이 망하는 경우 자신의 일생의 결산이요 최후의 보루인 목돈은 어떻게 될까 안심이 안되는 것은 그 나이까지 수많은 재벌의 부침을 지켜본 노인들의 너무나 당연한 걱정이다. 또 건강할때 걸어들어갔다가 중풍이나 노망이 들었을때 대책없이 내쫓길까봐 더 큰 걱정이다. 또 아무리 실버타운이라는 그럴듯한 이름을 붙여도 양로원에는 틀림없는데 부모를 거기 보낸다는게 자식들한테 불명예가 되면 어쩌나하는 걱정에 이르러서는 내리효도의 극치를 보는 것같아 측은해지는 것밖에 달리 할말을 잃게 된다.
복지정책이라는 것이 아무리 급해도 어디서 흙파듯이 재원이 저절로 생겨나서 할 수 있는게 아닐진대 지금 당장 국가에 선진국수준의 노후복지를 바랄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하다. 그러나 재벌이 시작하고 능력있는 노인이 먼저 이용하게 될 시설이나마 아파트 분양할 때처럼 수단껏 선전하고, 돈벌 사람은 벌고 망할 사람은 망하도록 방치해서는 안된다. 노인들의 다양한 욕구와 형편은 물론 시설이 할수 있는 약속이나 조건들이 서로 정직하고 투명하게 만나고 조절될 수 있도록 도와주고, 노인 복지시설만은 망하는 일이 없다는 보증까지도 국가가 서줘야할 것이다.
거칠게나마 노인들의 걱정거리를 정리해 보았다.<작가>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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