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징금 3억4천만원 부과/공정위 조사마무리/개선없을땐 전계열사 재조사 공정거래위원회는 21일 한화 대림 한진 롯데 동아건설 한일 동양 진로 우성건설 극동건설 한보 벽산등 12개그룹에 대한 계열사간 부당내부거래조사결과를 발표, 22개기업에 시정명령을 내리고 3억4천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공정위 조사에 의하면 동양그룹의 동양제과는 외상기간을 계열사에는 1백63일을, 비계열사에는 64∼1백21일 허용하는등 차별대우했다. 한화그룹의 한화종합화학은 가성소다제품을 판매하면서 계열사인 한양바스프에는 시가보다 1.2∼4.3% 낮은 가격으로 할인판매했고 (주)빙그레는 지난해 부장급에 최고 2백상자의 라면을 안기는등 총6천60만원어치의 라면을 임직원에게 강매했다. 롯데그룹의 롯데제과는 계열사에 어음결제기간을 비계열사보다 13일 짧게 적용했고 대림그룹의 대림콩크리트공업은 납품가격을 계열사로부터는 시가보다 14·3% 덜 받았다. 한일그룹의 한일합섬은 18억4천억원어치의 신사복및 숙녀의류를 팔면서 임직원이 채무이행을 보증서도록 했다. 한진그룹의 대한항공은 납품대금을 지불하면서 계열사인 제동흥산에 대해서는 평균 16일만기의 어음을 준 반면 비계열사에 대해서는 42일이 더 긴 평균 58일만기의 어음을 주는 결제자금차별행위를 통해 계열사를 지원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밖에 진로 우성건설 한보 벽산 극동건설등도 결제조건이나 판매가격을 차별하는 불공정거래행위를 하다 적발됐다.
공정위는 지난해 5월부터 시작한 30대그룹에 대한 부당내부거래조사를 이번 3차조사로 일단 마무리하기로 하고 앞으로는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고 부당내부거래를 계속하는 그룹에 대해 전계열사를 대상으로 전면조사키로 했다.
물품을 팔 때 계열사에는 싸게 팔거나 물품을 살 때 비싸게 구매하는 방법을 통해 특정계열사가 타계열사를 간접지원하는 가격차별행위가 대표적이다. 또 같은 거래를 하면서도 외상기간이나 어음결제기간을 계열사와 비계열사간에 차별적용하거나(결제조건차별) 임직원에게 자사물품을 강매하는 것도 부당내부거래다.
◎해설/30대그룹 모두 “끼리끼리 영업” 만연/국가경쟁력 걸림돌… 제재 “녹슨칼” 우려
공정거래위원회의 30대재벌그룹에 대한 부당내부거래조사결과는 우리나라에서는 재벌그룹이 아니면 기업하기가 무척 어렵다는 사실을 입증하고 있다. 정부당국의 엄포에도 불구하고 계열사와 비계열사간의 가격차별이나 결제조건차별 사원판매등 부당내부거래를 하지 않는 그룹이 하나도 없을 정도로 부당내부거래의 부조리가 재벌그룹들 사이에 만연돼 있다. 재벌그룹들은 부당내부거래로 실익을 챙기고 그렇지 못한 「조그만」 기업들은 법의 보호도 못받고 법을 지키는데 따른 상대적인 불이익도 감수해야 하니 공정한 경쟁이 될 수 없고 그만큰 기업 하기도 힘든 것이다.
공정위의 부당내부거래조사는 지난해 「기업사정」의 일환으로 착수됐다. 내부거래를 통한 비자금조성이나 계열기업에 대한 부당한 지원을 근절키 위해서였다.
또 부당내부거래규제는 계열사간 상호지보억제와 총액출자제한등과 함께 재벌의 문어발식 기업확장을 막을 유력한 정책수단이기도 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그룹별로 2∼3개씩의 계열사를 표본으로 정해 3차례로 나누어 부당내부거래를 조사하기 시작, 한진 한화 롯데 대림 동아건설 한일 동양 진로 우성건설 극동건설 한보 벽산등 12개그룹을 대상으로 한 이번 3차조사를 끝으로 부당내부거래조사를 일단락지었다. 삼성 현대 대우 선경 금호 효성 동국제강 미원등 8개그룹을 대상으로 한 1차조사는 지난해 5∼7월에, 럭키금성 쌍용 기아 두산 한라 삼미 코오롱 고합 동부 해태등 10개그룹을 대상으로 한 2차조사는 올 4∼7월에 이미 마쳤다. 조사결과 30대그룹 모두가 한군데도 빠짐없이 부당내부거래를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정개혁이 본격추진되었던 지난해 상반기 당시 한리헌공정거래위원장(현 청와대경제수석)이 내부거래조사라는 새로운 칼을 빼들었을 때만해도 일반국민들은 큰 기대를 걸었고 반대로 재계는 긴장속에 빠져 들었다.
그러나 기세등등하게 시작된 「기업사정」이 행정조치 몇건을 취하는 것으로 종결되고 마는 용두사미가 돼 버렸다. 공정위는 30대그룹에 대해 69건의 시정명령과 7억5천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는데 그쳤다.
공정위는 앞으로 부당내부거래를 할 경우에는 해당 그룹 전체의 계열사를 대상으로 전면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지만 이 또한 일과성 엄포로 그칠 가능성이 크다. 그룹의 입장에서 공정위의 제재는 솜방망이에 불과한 반면 실익은 엄청나게 크고 부당내부거래를 공정한 거래로 위장하는 기술이 개발될 것이기 때문이다. 한 당국자는 『기업들이 법망을 피해 교묘한 방법으로 부당내부거래를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조사인력이 부족하여 만족할만한 결과를 얻지는 못했지만 부당내부거래를 처음 조사한 만큼 예방적 효과는 클 것』이라고 말했다. 계열사간의 부당한 내부거래는 특정그룹이 경쟁력이 없는 특정계열사를 살리는데는 효과가 있을지 몰라도 부당내부거래의 고착화는 불실기업의 퇴출을 막아 국가경제전체의 경쟁력을 떨어뜨린다는 점에서 반드시 시정되어야 한다는게 일반적인 지적이다.【이백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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