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정상화 전제로한 만남도 이견/강공 부담… 벼랑끝 타협 가능성도 여야가 경색정국 해결의 마지막 돌파구로 여기고 있는 영수회담이 좌초의 위기속에 표류하고 있다. 정국정상화에 한가닥 기대를 걸게 했던 지난 20일의 여야 막후접촉이 결렬됨에 따라 영수회담은 일단 안개속에 가려지게 됐다.
서청원정무장관과 민주당 강창성의원의 마지막 막후접촉이 끝난 뒤 양측은 똑같이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사실상의 공동발표문인 셈이다. 현재로서는 결렬상태이지만 타결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양측의 막후접촉은 모두 5차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채널은 역시 서장관과 강의원이다. 지난 9일부터 15일까지 우선 3차례 만났다. 이때는 양쪽의 분위기를 서로 파악하는 단계였다고 한다. 나머지 2차례 접촉은 지난 20일 아침과 저녁에 이뤄졌다. 영수회담을 위한 본격적인 사전조율이었다.
막후접촉에서 쟁점이 됐던 부분은 당연히 영수회담의 의제였다. 12·12문제를 주의제로 할 것인가 여부를 놓고 양측이 팽팽한 줄다리기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은 12·12를 별도의 의제로 하자고 주장한 반면 민자당은 12·12를 명시하지 않은 채 정국전반에 걸친 포괄적 의제속에 포함하자고 주장했다는 후문이다.
이 문제는 영수회담이 거론되기 시작하면서부터 여야간 쟁점으로 등장한 사안이기도 하다. 민주당은 현안의 핵심이 12·12인 만큼 이를 제쳐둔 영수회담은 무의미하다는 입장이었다. 반면 민자당은 12·12의 경우 정치권이 개입할 수 없는 문제일뿐더러 여당으로서는 전혀 해답을 갖고있지않다는 단호한 입장을 취했다. 자연히 의제를 둘러싼 샅바싸움 자체가 양측에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20일 막후접촉에서 민자당이 의제에 대해 더욱 강경한 입장으로 돌아섰다고 민주당은 주장했다. 이날 아침에 있은 접촉에서는 민자당측이 영수회담의 의제를 12·12와 정국현안으로 하는데 동의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저녁의 접촉에서 『12·12를 별도의 의제로 삼기는 곤란하다』고 입장을 바꿨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서장관은 언급을 피하고 있지만 문정수사무총장등 다른 당직자들은 『12·12관련자 기소유예 철회요구는 있을 수 없는 것』이라며 『의제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영수회담의 또다른 걸림돌은 회담성과에 대한 양측의 시각차라고 할 수 있다. 야당은 회담이 결렬되더라도 상관없다는 입장이다. 일단 12·12및 정국현안에 대한 이기택대표의 입장을 김영삼대통령에게 전한 뒤 타결되지 않을 경우 다음 단계를 밟겠다는 생각인듯 하다. 반면 여당은 영수회담을 계기로 정국정상화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김대통령이 정치적 부담을 안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영수회담은 반드시 국회정상화를 전제로 해야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여야의 시각차가 현격하기 때문에 영수회담의 성사 자체도 현단계에서는 예측할 수 없다. 양측은 오히려 단독국회불사와 장외투쟁이라는 강공책을 서로 심화시키고 있다. 그러나 여야 모두 대화로 풀려는 노력없이 강경일변도로 나가기는 어려운 입장인 것도 사실이다. 벼랑에 몰려 극적인 타협을 이뤄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어차피 예산안처리 법정시한(12월2일)을 지키기 어려운 상황에서 양측은 한번더 막판 밀어붙이기를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정광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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