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면 높아져도 높이제한 그대로/구조적 불실… 작은충격 못견뎌/과적질주에 눈가림단속도 문제 20일 발생한 서울 종암경찰서 앞 육교 붕괴사고는 성수대교 사고 한달만에 일어난 대도시 중요 도로시설물의 안전사고라는 측면에서 또 한번 국민생활에 불안을 안겨준 인재였다.
날림시공돼 조그만 충격에도 무너져 내린 부실육교의 구조적 문제점과 통과제한을 무시하고 마구 달리는 과적차량의 횡포가 근절되지 않는 한 이번과 같은 사고는 대도시 곳곳에서 계속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사고에 앞서 동대문구 제기1동 홍파국교 앞길에서 철제빔을 싣고 가던 트레일러가 육교를 들이받아 상판이 파손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또 지난달 26일에는 서대문구 홍은2동 세림간호병원앞 육교가 지나가던 트레일러에 받혀 H빔 하단부가 파손돼 즉시 철거되기도 했다.
이들 사고는 모두 대형 트레일러가 육교의 고도제한을 무시한채 육교밑을 통과하다 일어났다.
도로교통법 시행령에는 통행제한 높이를 초과하는 차량을 단속토록 규정돼 있으나 실제 단속은 전무하다. 이 때문에 화물트럭들이 불법으로 적재함을 개조해 고도제한을 초과하는 화물을 싣고 도심을 질주하는 상황이 도처에서 벌어지고 있다.
서울시의 보도육교 관리방식에도 문제가 많다. 육교는 시에서 직접 관리하는 도로시설물에서 제외돼 시공단계에서부터 영세업자들의 날림공사가 방치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번에 무너진 육교도 겨우 5백만원의 예산으로 건설된 것으로 내년중 종암로 확장공사때 철거될 운명이었다.
서울시내에는 현재 2백66개의 육교가 있으나 60%가 넘는 1백59개가 80년 이전에 건설된 노후 육교이다. 성수대교 붕괴사고 이후 실시한 안전점검에서는 91개의 육교가 상판파손, H빔 균열, 백화현상등 이상상태를 나타내 붕괴위험이 있거나 긴급보수가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빈번한 덧씌우기 도로포장공사로 육교의 높이가 낮아져 사고의 위험이 상존하는데도 대책이 소홀했던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사고가 난 육교의 높이는 4·5로 건설됐지만 4·49높이의 트레일러를 통행시키지 못했다.
무원칙한 도로굴착과 빈번한 파손으로 여러차례 덧씌우기 공사가 진행돼 노면이 10㎝이상 높아졌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표시변경은 물론 단속기준 강화조치도 없이 방치돼 왔다.
서울시 도로시설물 관리규정에는 육교 높이를 4·5로 건설토록 규정하고 있으나 지난해 각 구별로 50∼1백50여회의 덧씌우기 공사가 진행된 점을 고려할때 규정 높이를 제대로 유지하고 있는 육교는 거의 없을 것으로 추정된다.【고재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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