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영수회담」 기사 예측 엇갈려 아쉬움 각 사회조직은 그 조직의 고유한 「틀」을 가지고 있으며 그 「틀」은 사물에 의미를 부여하고 행동하는 준거로 작용한다고 한다. 마찬가지로 각 언론사의 고유한 「뉴스의 틀」은 현실인식, 선택, 강조, 누락, 해석과 관련된 지속적인 본보기가 되며 이 본보기를 따라 편집자와 기자들은 기사담론을 일상적으로 처리한다고 한다.
뉴스의 틀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언론사의 소유주, 경영층, 편집책임자의 현실인식이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치며, 기자들은 ▲어떤 기사가 크게 또는 작게 다루어지고 심지어 누락되는지를 보면서 ▲어떻게 활동한 기자가 좋은 보직과 승진의 기회를 갖는지를 살피면서 ▲어떤 기자가 그들의 활동과 관련하여 보상을 받고 징계를 받는지를 보면서 ▲선배기자의 구체적인 행위를 관찰하면서 ▲기사처리를 둘러싼 조직내부의 갈등과 집단행위의 결과를 지켜보면서 재빠르게 뉴스의 틀을 터득해 나간다고 한다.
이렇게 터득한 뉴스의 틀은 편집자및 기자의 문제의식, 즉 기사가치를 판단하는 과정, 취재과정에서의 균형잡힌 사고력과 열성, 기사의 방향을 잡고 기사를 작성하는 과정, 그리고 편집등 신문제작의 모든 국면에 영향을 미친다. 다시말해 뉴스의 틀은 그것이 어떻게 형성되었든 편집정책의 기조로서 일관성을 유지할 때 그러한 영향력을 발휘한다는 것이다.
문제를 좀 더 단순화하여 편집정책의 일관성 문제를 살펴보면, 연세대 송재총장의 국적시비에 관한 법원의 판결을 다룬 한국일보의 기사처리는 사실보도 해설 사설 칼럼(장명수)에 걸쳐 편집방침을 일관성있게 적용한 사례로 꼽을 수 있다. 예컨대 「국제화·세계화를 지향하는 시기에 외국국적 취득을 문제삼아 총장을 퇴진시키려는 시도는 납득하기 어렵다. …차라리 총장의 거짓말을 문제삼는다면 이해하는 사람이 지금보다 많을 것이다」라는 논지의 요점은 모든 기사에 일관성있게 살아 있었다.
반면에 18일자 1면 머릿기사로 보도한 「여야 영수회담 내주 초에」기사는 기사작성과 제목에 뿐만 아니라 편집방침의 일관성에도 문제가 있었다. 이 기사를 찬찬히 읽어보면 내주초에 영수회담이 열리리라고 예측할만한 구체적인 움직임(사실)을 찾기 힘들다. 기껏해야 「여야, 영수회담 필요성 공감분위기」아니면 「영수회담 추진분위기 익어」가 적당할 정도로 구체적인 사실이 없다.
또한 관련 해설을 읽어보면 2면의 해설은 회담의 성사와 그 성과에 대해 조심스럽게 낙관적인 전망을 하고 있는데 비해 4면의 해설은 전체 문맥에서 12.12문제의 성격상 해법을 찾기가 어려워 회담의 성사자체도 불투명하다는 비관론이 은연중에 배어있는 것으로 보였다.
영국의 양대 권위지 타임스와 가디안을 두고 「역사의 기록」이니 「양심의 소리」니 하는 평가는 그만큼 이들 신문이 오랜세월에 걸쳐 뉴스의 틀을 일관성있게 유지해 온 결과로서 얻어진 명예인 것이다. 독자들은 뉴욕타임스로부터 「생활의 지표」를 얻고 뉴욕타임스의 「신뢰」를 사는 것이라고 한 슐즈버그회장의 발언도 같은 맥락이다.
정확하고 공정한 사실의 기록과 이것을 바탕으로 한 신중하고 수준높은 분석을 지향해 온 뉴스의 틀, 그리고 이를 지키기 위한 치열한 기자정신이 이들 신문의 오늘이 있게 한 원동력이 되었음을 두말할 나위도 없다.<이민웅 한양대교수·신문방송학>이민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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