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신공격-오만하다” 중론속 “서막불과”미 공화당의 차기 상원 외교위원장으로 내정된 제시 헬름스의원이 19일 빌 클린턴대통령의 군통수권 자격을 문제삼고 나서 워싱턴에 파문이 일고있다.
헬름스의원은 이날 CNN TV 시사대담 프로인 「에반스 앤드 노박」에 출연, 자신 뿐 아니라 대부분의 군인들이 클린턴대통령을 군 최고통수권자로서 부적격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헬름스의원의 발언은 우루과이라운드(UR) 이행법안의 표결을 내년초로 연기해달라는 그의 요구가 이틀 전 클린턴 대통령에게 거절당한 데 대한 보복의 성격이 짙다.
올해 73세로 공화당 내 보수파의 거두인 헬름스는 클린턴이 월남전을 기피한 데다 동성연애자의 군 입대를 허용하는 등 진보적인 조치를 취한데 대해 신랄하게 비난해왔다.
헬름스의 이날 발언 가운데 가장 주목을 끈 부분은 『일부 군장성을 포함한 현역 군인들도 클린턴의 최고 통수권자 자격을 의심하고 있다』는 대목이다. 그는 사회자가 『합참 멤버 가운데도 그런 사람이 있느냐』는 보충질문에 『노 코멘트』라며 답변을 회피했다.
이에 대해 미 합참의장실은 이날 하오 12시30분 방송이 나간 직후 발표한 성명을 통해 클린턴대통령에 대한 충성을 다짐하는 이례적인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백악관은 헬름스의 발언에 대해 즉각적인 논평을 자제했다. 하지만 그의 발언에 대해서는 공화당 내부에서도 적절치 못했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공화당의 한 의원은 『클린턴이 아무리 병역기피자라고 하더라도 선거로 당선된 엄연한 최고 통수권자인데 그가 싫다고 해서 이같은 사실마저 부정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중립적인 정치평론가들도 대통령의 정책에 대한 비판은 얼마든지 좋으나 정치적인 목적으로 대통령을 인신공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논평을 내놓고 있다.
뉴욕타임스지도 이날 「헬름스 의장」이란 제목의 사설을 게재, 『클린턴대통령의 군통수권 자격에 대한 헬름스의원의 시비는 오만함을 넘어선 방자함』이라고 비판하고 『그가 좋아하든 않든 미국의 유권자들과 헌법은 클린턴을 최고 통수권자로 만들어 놓았다』고 지적했다.
헬름스의원은 지난 22년동안 상원 의원을 지내면서 공화당 안에서도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왔다. 그는 특히 중국 북한 멕시코 등의 인권상황을 신랄하게 비판해 왔으며 러시아 및 독립국가연합에 대한 미국의 원조에도 적극 반대해왔다.
그는 이날도 미국의 아이티 파병을 비난하면서 「아이티에서 쓰레기나 줍고있는 미군」을 즉각 철수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헬름스는 또 이스라엘과 시리아의 평화협정 체결 움직임에 대해서도 『시리아는 평화를 원하는게 아니라 미국인 납세자의 호주머니만 노리고 있다』며 비난을 퍼부었다.
워싱턴의 정계 관측통들은 헬름스의원이 지난주의 UR이행법안 표결 연기 주장에 이어 두번째로 백악관에 정면 도전을 선언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한 정치 분석가는 『(클린턴에 대한 헬름스의 공격이) 아직은 서막에 불과하다』고 말했다.【워싱턴=이상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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