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만큼 한반도에 극적인 장면들이 연출된 적도 일찍이 없었다. 전쟁설로부터 미·북한의 화해협력, 제네바선언등 그야말로 「위기와 평화의 두 얼굴」을 보면서 지내왔다. 이미 우리의 뇌리에서 잊혀져 가지만 한 이슈 이슈마다 준 충격은 메가톤급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UN북한제재결의(6·10) ▲북한IAEA탈퇴선언(6·13) ▲카터전미대통령중재방북(6·15∼18) ▲김일성 사망(7·8)과 김정일 승계 ▲남북정상회담예정(7·25∼27) ▲북·미기본합의서서명(10·21) ▲북한투자 허락(11·8)등 한반도 역사에 큰 획을 그을 만한 사건들이었다.
어느 대학에서 북·미회담평가를 위한 자유토론 시간을 가졌다는 것이다. 열띤 의견개진후에 우승으로는 북한에 「실리명분상」을, 준우승으로는 미국에 「화해포용상」을, 그리고 한국은 외교미숙등으로 3등인 「공조노력상」만을 주기로 결론을 냈다고 들었다. 남북관계에 전권을 쥐고 있는 정부가 새해에는 어떤 통일외교를 펴 나갈지 벌써 걱정이 된다.
지난주 대만군인들이 포격훈련중 오발로 인해 본토(복건성하문)에 피해를 주었다. 대만정부는 즉각 대중국을 위한 민간창구인 「해협교류기금회」를 통해서 민간인보상을 하겠다고 나섰다. 물론 중국측에서는 대만협상채널인 「해협양안관계협회」가 나서게 되고 포격사건 뒤처리는 원만하게 해결될 것이다.
미국과 북한의 핵문제해결·대표부설치등 합의를 도출해 낸 배경에는 지난 90년부터 북경에서 열린 30여차례의 참사관급 회담으로 어느정도 신뢰가 구축되었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다. 그 당시 두 나라는 비공개회담을 통해서 미군유해송환·군축등에 많은 의견 접근을 보았다.
앞으로 남북간에도 불신해소·화해와 협력을 이루기 위해서 비공식 채널이 가동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남북의 사업가가 그 역할을 맡을 수도 있고 제3국의 인물을 밀사로 활용할 수도 있다. 크고 작은 이슈에서 상투적인 성명전만 벌일 것이 아니라 사전에 어느정도 의견조율기능을 갖는 것이다. 한쪽에서 무슨 제안을 하면 상대방은 결사적으로 비난만 하는 원색적인 관계를 새해에도 되풀이해서는 안된다.
물론 대북한 통일외교는 공개적이며 정당성을 갖고 민족과 역사에 부끄럽지 말아야 한다. 그렇다고 사소한 부문까지 다 알려야 할 필요는 없다. 좋은 결과를 도출해 내기 위해서 때로는 과정도 중시되어야 한다.
남북회담의 한 실무책임자는 「우리 대표단이 판문점에서 회담을 하기 위해 통일로에 들어서면 북한측은 이미 한국측의 전략을 다 읽고 나온다. 언론에 사소한 것까지 다 보도되었으므로 신비성을 가질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정상적인 남북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때로는 상대방의 체면을 세워주어야 한다. 어느 일방은 이기고 다른 한쪽은 지는 게임(ZERO SUM GAME)에서 양쪽이 다 얻는 것이 있어야 한다.
성숙된 외교에는 전문성·비밀성·미래성이 따라야 한다. 앞으로 북한과의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때로는 비밀회담 중재채널, 그리고 밀사를 활용해 봄직도 하다. 연습없이 시합에 나가면 너무 이기려고 과욕을 부릴 수도 있다. 남북관계에도 결과 못지 않게 과정을 중시할 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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