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욕판치는 세상 카메라로 녹여내/작가출신… 「보디 히트」로 혜성처럼 데뷔 존 배리의 재즈성 테너색소폰소리와 소방차의 사이렌소리가 오버랩되는 가운데 여름밤 하늘로 활활 타오르는 붉은 화염을 바라보는 네드 래신의 벗은 상반신에 땀이 잔뜩 배어 있다. 제목부터 뜨거운 「보디 히트」(BODY HEAT·81년 워너브러더스배급)의 숨막힐 정도로 무더운 첫 장면이다. 섹스와 탐욕과 야심과 부도덕이 정사를 막 치르고 난 영화속 두 간부의 나신에 묻은 습기처럼 흥건한 이 영화는 순전히 글재주 하나로 할리우드에 혜성처럼 나타난 로렌스 캐스단(LAWRENCE KASDAN·45)의 감독 데뷔작이다(각본 집필). 40년대 유행했던 필름느와르의 속성인 냉소와 운명이 판을 치는데 빌리 와일더가 감독한 「이중배상」(44년)을 연상케한다.
무대는 플로리다주의 한 도시. 욕심 많고 야심 많은 사정없는 여자 매티 워커(캐서린 터너)와 이 요부의 끈적거리는 선정미에 빨려들어 살인을 저지르는 변변치못한 변호사 네드(윌리엄 허트)가 엮어내는 황금과 욕정의 화끈한 멜로드라마다.
자신의 여러 작품에서 옛 장르를 부활시키고 있는 복고풍의 캐스단은 여기서도 중절모와 천장에 매달려 돌아가는 대형선풍기등을 등장시켜 옛 멋을 내고 있다. 80년대 탐욕의 레이건시대를 대표할만한 이 작품은 캐스단이 속성으로 부를 움켜쥐려는 자기 또래의 젊은이들의 모습에서 느낌을 받아 만들었다. 데뷔작치고는 대가의 솜씨가 발휘됐다는 평을 받았는데 지성과 재미를 겸비한데다 기술적으로도 뛰어난 스타일있는 작품이다.
특히 풍경들이 딸랑딸랑 유혹의 소리를 내는 가운데 끓어오르는 욕정을 못견딘 네드가 의자로 유리창문을 박살내고 집안으로 들어가 매티를 끌어안는 장면은 아랫배가 당길 정도로 자극적인 것이다.이 영화로 데뷔한 콧소리를 내는 긴 다리의 금발미녀 터너와 아직 할리우드에서는 신인이던 허트의 상호화학작용이 어떻게나 뜨거운지 두 간부의 육체의 마찰에서 타는 냄새가 나는 것 같다.
미시건대에서 교육학을 전공한 캐스단은 대학졸업후 UCLA영화과에 입학했으나 「배울만한 가치가 없다」고 판단해 포기하고 TV광고문안을 썼다. 틈틈이 각본을 써 영화사에 보냈으나 번번이 퇴짜를 맞았는데 케빈 코스트너의 히트작 「보디가드」(92)도 이때 쓴 것이다.
그를 할리우드에 등단시킨 작품은 「스타워스」의 속편인 「제국의 역습」(80년)이었다. 이어 쓴「잃어버린 성궤의 약탈자」(81년)가 빅히트를 하면서 캐스단은 실력자가 됐다. 그는 이같은 배경을 이용해 「보디 히트」의 감독권을 얻어냈다.
캐스단은 이어 앙상블캐스트의 지적이고 통찰력있는 「빅 칠」(83년)로 또한번 비평가들의 격찬을 받았고 아카데미작품상후보에 올랐다. 이 영화로 캐스단과 케빈 코스트너가 돈독한 우정을 맺게된다. 60년대 운동권학생들이었던 주인공들의 재회를 그린 이 작품에서 코스트너는 자살한 시체로 나왔는데 편집과정에서 잘려나갔다. 캐스단은 후에 웨스턴「실버라도」(85)에 코스트너를 전격기용, 과거 빚을 갚았고 코스트너는 올해 개봉된 「와이어트 어프」의 감독을 캐스단에게 맡겨 이에 보답했다.
감독은 철저한 통제와 조절의 고된 작업이라고 말하는 캐스단은 불확실한 것을 포용하면서 늘 새로운 스타일을 시도하는 개척자다.<미주본사편집국장대우>미주본사편집국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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