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전부터 계속된 거품경제의 붕괴로 일본사회의 구석구석에 비틀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거품이 걷히자 경제구조에 변화가 생기더니 급기야 「정의의 수호자」역할을 맡아야 할 변호사들이 악당들과 손잡고 악질적인 범죄를 자행하는 사례가 빈발,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것. 최근 우치야마(내산철부·46)라는 전직변호사가 조직폭력단의 배후조정역을 하다가 경시청에 구속된 사건은 일본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다리 건설의 수주를 둘러싸고 담합한 건설업계 정보를 미끼로 미쓰비시(삼릉)중공업에 협박하다 공갈협의로 체포된 야마구치 구미(산구조)폭력배들이 자신들은 우치야마의 지도로 미쓰비시중공업을 비롯한 일본교량건설협회 소속 20개 회사에 금전요구냄새를 풍기는 내용의 편지를 보냈다고 진술했다.
우치야마는 변호사개업시 기업범죄사건을 주로 취급, 기업의 약점을 많이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폭력단에게 공갈죄에 걸리지 않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지모가」역할을 했다. 그는 지난 90년 소송의뢰인이 맡긴 5천만엔을 횡령해 유죄판결을 받기 직전 변호사직을 포기한바 있다.
우치야마외에도 지난 9월부터 10월까지 한달동안 3명의 현직변호사가 도쿄지검 특수부에 체포됐다. 골프장 탈세에 가담하여 5천만엔의 보수를 받은 스즈키(영목신사·54), 상속수속을 의뢰받곤 유산 1억엔을 그대로 가로챈 고토(후등열남·53), 매각의뢰를 받은 토지대금 1억4천만엔을 착복한 다카야마(고산달부·51)등.
이들 외에도 변호사들의 교묘한 탈법행위가 잇따르고 있는데 일본변호사연합(일변련)에는 변호사와의 분쟁해결을 요청하는 신청서와 변호사의 징계청구가 작년부터 급증, 연 4백여건에 달하고 있는것으로 밝혀졌다. 이로 인해 일변련측은 죄질에 따라 퇴거명령(자격박탈), 업무정지, 경고등의 처분으로 정화작업을 벌이고 있다.
변호사들의 비행이 이처럼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현상에 대해 변호사겸 작가인 나카지마(중도박행)씨는 『한마디로 말하기는 어렵지만 변호사들의 경제적기반의 취약성도 하나의 이유가 된다』면서 거품경제의 붕괴를 지적했다.현재 1만5천명의 변호사중 법률사무소를 공동으로 경영하는 사람은 20%에 불과하며 대부분이 개인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는데 상당수가 임대료와 직원 월급등 사무실의 운영경비에 부담을 느낄만큼 수입이 시원치 않다는 얘기다.
일변련의 90년 조사에 의하면 일본변호사의 연간 평균소득은 1천5백44만엔으로 집계됐다. 변호사들의 수입은 개인능력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무명이나 젊은 변호사들중에는 각종 경비를 제하면 1천만엔 미만의 저소득자도 상당수가 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따라서 이들 저소득자들이 「먹고 살기 위한 수단」으로 법률에 대한 전문지식을 악용하고 있는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일부 변호사들은 사채업자와 짜고 채무자들의 재산을 강제처분하는가 하면 소송의뢰인들의 착수금을 가지고 남의 부인과 야반도주하는등 윤리의식 결핍이 지적되고 있다.
변호사들의 범죄에 대한 여론이 비등하자 국회는 이를 이번 회기중에 집중 심의키로 결정, 조만간 의사당에서 변호사의 비행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일변련측도 ▲외뢰단계에서 금액을 분명히 정할것 ▲주변에 변호사가 없을 경우 변호사회에 상담할것 ▲의뢰후 일의 진척상황을 수시로 보고하는지에 주의할것등 피해방지을 위한 방법을 제시하는등 나름대로 대국민 홍보에 나서고 있다.【도쿄=이재무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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