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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중해진 소환장/이희정 사회부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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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중해진 소환장/이희정 사회부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4.11.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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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쯤 재판증인석에 서 본 사람은 누구나 『마치 죄인취급을 당한 느낌이었다』고 불쾌감을 털어놓곤 한다.  법정진술과정에서 「예」「아니오」만을 답하게 하는 닦달식 신문방식 때문만이 아니다. 「죄인취급」은 소환장을 받아든 순간부터 시작된다는 것이 이들의 경험이다.

 느닷없는 소환통보도 당황스럽지만 「불출석 때는 과태료 부과는 물론 비용배상명령과 구인도 할 수 있다」는등 온통 위협적인 문구로 채워진 소환장을 읽고 나면 죄진 일도 없는데 덜컥 겁부터 난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최근 이같은 명령조의 소환장 문구를 대폭 수정, 내달  1일부터 시행토록 19일 전국법원에 지시했다. 이번 방침은 대법원이 지난 9월부터 운영하고 있는 컴퓨터통신망 천리안의 「대법원」란에 제시된 시민의 제안을 받아들인 첫 사례여서 더욱 의미가 깊다.

 우선 출석을 요청하는 소환장의 첫 문장에 「바쁘시더라도 사건의 정확한 진실 규명과 조기종결을 위해」라는 문구를 넣어 거부감을 줄였다. 지정기일에 출석이 어려울 경우 취해야 할 조치와 무단 불출석시 받게 될 불이익에 대한 안내문도 한결 정중한 표현으로 손질했다. 또 소환장 뒷면에는 법원약도와 교통편 안내를 넣어 불편이 없도록 했다.

 대법원은 이와 함께 95년부터 재판에서의 증인의 역할과 증언방법, 위증시 형사책임등을 상세히 소개하는 소형 팸플릿을 만들어 소환장을 보낼 때 동봉키로 했다.

 일견 사소해 보이는 일이지만 시민의 따끔한 충고를 흔쾌히 받아들인 대법원의 이번 조치는 그 어떤 거창한 제도개혁보다도 반갑게 느껴진다. 윤대법원장이 취임후 기회있을 때마다 외쳐왔던 「국민을 위한 사법개혁」은 이처럼 국민의 피부에 와 닿는 작은 변화들이 쌓일 때 빛을 발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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