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새 콜금리 4%P 등락/방만한 대출세일·지나친 통화관리등 원인 은행의 지급준비금 마감일만 닥치면 돈값(금리)이 널뛰듯 올랐다 떨어지는 금리교란현상이 금융계의 새로운 고질병이 됐다. 지난 8월 법정금리한도(연25%)까지 오르내렸던 금리교란현상은 이후에도 은행지준마감 때만 되면 되풀이되고 있다. 이번 11월 상반월 지준마감(22일)을 앞두고도 마찬가지다.
금융계는 이같은 널뛰기식 이상금리가 금융시장의 불안심리를 가중시키고 기업들에 불필요한 금융비용을 안겨주는 금융계의 새로운 고질병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또한 우리 금융기관의 허약한 체질을 노출하고 있는 것으로 금융시장 개방을 앞두고 심각한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19일 자금시장에서는 1일물 콜금리가 전날 연17%를 기록한데 이어 상오장 한때 17.5%를 기록, 3일전인 지난 15일(연11.8%)보다 5.7%포인트나 급등했다. 시중실세금리 지표인 회사채(3년만기 은행보증) 유통수익률도 연 13.85%로 전날에 이어 계속 연중최고치를 기록, 실명제파동으로 돈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던 지난해 9월18일(13.85%)이후 1년2개월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한국은행은 지난 18일 시중은행 자금부장들을 긴급 소집, 신규대출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하는등 뒤늦게 「불끄기」에 나섰다. 이와 함께 한은이 이날 RP(환매채) 6천억원을 풀자 콜금리가 금세 13%대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불과 하루사이 금리가 4%포인트이상 올랐다 떨어지며 널뛰는 현상을 보인 것이다.
최근 금리가 급등한 직접적인 이유는 한국통신주와 기업은행주 공모등에 1조5천억원가량의 자금이 한꺼번에 금융권에서 빠져나가면서 금융권의 자금부족을 초래했기 때문이다. 자금이탈로 은행들은 11월 상반월지준마감(22일)에 비상이 걸렸고 한국은행도 총통화량(M2)증가율이 억제목표선(14.5%)을 웃도는 16%대에 달하는데다 한통주 입찰과정에서 금융권을 이탈하려는 거액의 대기성자금이 확인됨에 따라 통화관리를 강화, 자금시장이 순식간에 경색됐다.
그러나 금융계관계자는 「한통주」가 금리 안정기조를 순식간에 허물어 버릴 수 있었던 것은 우리 금융기관의 허약체질이 한통주 입찰과정에서 나타난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은행들은 돈을 떼이지 않을 기업이면 무조건 빌려주고 보는 대출세일을 계속하고 있다. 한통주 입찰과정에서 은행돈이 대거 풀렸던 것도 방만한 대출세일 때문이다. 지준관리에 미치는 영향은 고려치 않고 외형부풀리기에 열중했던 것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은행들이 방만한 자금운용으로 지준을 막지 못해도 한국은행이 대신 막아주는 것이 관행이었다. 그러나 올들어 한은이 지준관리를 원칙대로 엄격하게 하자 은행들의 주먹구구식 지준관리에 따른 부작용이 금리교란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금융계에선 또 한은이 통화관리를 하면서 지나치게 총통화(M2) 지표에만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경기과열이나 물가상승이 우려될 정도의 상황이 아닌데도 단순히 M2 증가율이 높아졌다는 것 때문에 통화관리를 강화하는데는 맹점이 있다는 지적이다. 한통주 입찰과정에서도 많은 돈이 대출을 통해 풀린 것이 사실이나 M2에 포함되지 않는 은행신탁계정자금이나 제2금융권 자금이 M2에 포함되는 은행요구불예금계좌로 이동한 것은 단순한 금융기관사이의 돈이동임에도 불구, 통화량의 증가로 보여졌다고 지적한다.
이와 함께 단기자금을 조달하는 콜시장이 제기능을 못하는 것도 금리교란의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콜시장은 정상적인 자금운용을 하다 급한 돈을 며칠씩 빌려쓰는 「최후의 자금조정시장」이라 할 수 있는데 최근 콜시장은 금융기관들이 대기업으로부터 빌린 여윳돈을 굴리는 자금운용시장이 되고 있다.【유승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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