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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누적/경영불화/미진출 일기업 허덕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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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누적/경영불화/미진출 일기업 허덕인다

입력
1994.11.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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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미쓰비시·마쓰시타등 고전/“창의성결여 일식경영 한계” 분석 미국에 진출한 일본의 간판기업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80년대이후 한동안 현지 기업인수와 거액의 부동산투자등으로 미국경제계에 「일본바람」을 일으키며 경계와 주목의 대상이 돼왔던 일본의 대기업들이 올해 들어서는 누적된 적자와 현지경영인들과의 끊이지 않는 불화로 고전하고 있다.

 특히 할리우드의 컬럼비아사와 트라이스타 영화사를 보유하고 있는 일본의 대표기업격인 소니사가 적자를 공식발표하면서 이같은 현상이 표면화됐다. 소니는 지난 17일 두 영화사에서 올 2·4분기동안 모두 32억달러의 적자를 봤다고 밝혔는데, 이는 최근에 미국에 직접투자한 일본대기업들중 최고적자액이다. 미 주요언론들은 소니가 스스로 이를 밝혔다는 점을 부각시키면서 일제히 주요기사로 다루었다.

 미국경제계에서는 그동안 소니뿐만 아니라 미쓰비시 마쓰시타등 대표적 일본자본들의 미국투자 퇴조현상이 뚜렷했다. 미쓰비시의 경우 지난 89년 록펠러가문으로부터 인수했던 뉴욕 맨해튼의 록펠러센터가 융자금을 갚지 못해 「채무불이행」상태에 와 있다. 그런가 하면 유니버설영화사를 갖고 있는 MCA사 소유주 마쓰시타는 일본 본사에서 미국현지 전문경영인들의 과감한 투자계획에 제동을 걸고 나서는 바람에 심각한 내분에 휘말려 있다. 이로 인해 마쓰시타가 업계의 구설수에 오른 지는 이미 오래고 최근에는 MCA의 루 와이서먼회장이 사의를 표하면서 시드니 사인버그사장이 천재감독 스티븐 스필버그와 함께 MCA인수를 검토중이라는 얘기마저 나오고 있다.

 소니는 89년 미국영화사를 인수하면서 세계적 전자제품업체가 첨단의 하드웨어에 영화라는 소프트웨어까지 갖추어 주목을 받았으나 이번 손실로 불과 5년만에 투자의 성패자체가 도마위에 올랐다. 이로 인해 소니가 두 영화사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소니의 영화사업이 적자를 면치 못한 직접적인 원인은 무엇보다도 거액을 들여 제작한 영화들이 잇달아 흥행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아놀드 슈워제네거를 내세운 「마지막 액션 히어로」를 비롯해 새로 내놓은 영화들이 모두 실패했고 특히 최근작인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은 5천만달러에 달하는 제작비에 비해 1천8백만달러의 수입밖에 올리지 못한 상태다. 여기에다 간부진들의 잦은 이직으로 새 인물을 영입하는데 막대한 경비가 든 것도 적지 않은 요인이다.

 미쓰비시의 경우 록펠러센터를 인수한 바로 그해부터 미국의 부동산경기가 기울기 시작, 건물임대료로 13억달러에 대한 융자금상환액을 메우지 못해 지난 9년간 4억6천만달러의 누적적자를 기록했다. 업계전문가들은 미쓰비시가 늘어가기만 하는 적자폭을 해소시킬 적극적 의지를 갖고 있지 않다고 보고 있어 미쓰비시의 향후 행보가 관심을 끌고 있다.

 미국언론들은 한때 요란했던 일본기업들의 미국기업 인수후 내리막의 형세를 보이는데 대해 안도와 냉소를 함께 보이고 있다. 그리고 이같은 현상의 중요한 배경으로 일본식 경영판단과 투자결정방식이 창의성과 과감한 투자를 필요로 하는 분야들, 특히 영화사업과 맞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한편 일본자본의 이같은 퇴조현상은 전통적인 대미투자국인 영국기업의 약진과 대비되고 있다. 최근의 한 조사에 의하면 영국기업들의 대미직접투자액은 금년상반기중 20억달러를 상회하면서 80년대말이후 처음으로 일본을 누르고 과거의 수위를 회복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말까지만 해도 영국의 대미직접투자액은 일본보다 8억달러가 적었다.【뉴욕=조재용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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