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여인사들 잇단 「과거부정」 반박/민주계선 “반개혁적” 비난불구/재발가능성 높아 부담감 더해 구여권인사들의 발언파문이 잇따르고 있다. 노재봉의원에 이어 허화평의원, 강영훈대한적십자사총재등이 차례로 현정부의 아픈 곳을 찔렀다. 불과 20일사이에 연발하고 있는 발언파문은 야당의 12·12공세로 피곤한 처지에 있는 여권을 더욱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이들의 발언이 물론 상호 연관성을 갖고 제기된 것은 아니다. 각각 다른 상황에서 다른 주제를 다뤘다. 노의원은 외교통일정책의 문제점을, 허의원은 12·12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강총재는 「과거부정」에 대한 일반적 견해를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잇단 발언파문을 단순한 우연의 일치로 보아 넘기기 어렵다. 발언의 내용은 다르지만 이들이 겨냥한 목표는 비슷하다.또 이들은 모두 과거 정권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고 지금도 여권에 몸담고 있는 인사들이다. 발언 자체는 우연적이라 해도 이같은 발언이 나올 수 있는 분위기가 귀납적으로 재검토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다른 주제를 다루면서도 모두 현 정부에 대한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특히 개혁이라는 이름아래 이루어진 「과거부정」을 반박하는 내용이 많았다.
이같은 발언파문에 대해 여당내 민주계인사들은 불쾌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문제확산을 막기 위해 공개적인 대응은 삼가지만 개인적인 차원에서는 이들의 발언을 「반개혁적」이라며 노골적으로 비난한다. 황명수의원은 강총재의 발언에 대해 『역사의 전진을 시샘하고 저해하는 넋두리같은 얘기』라며 『변화와 개혁을 요구하는 시대요청을 거부하는 행위이자 국민적 요구를 외면하는 발언』이라고 흥분했다.
그러나 민자당내에는 이들의 발언에 공감을 표시하는 인사가 적지않은 것도 사실이다. 물론 민정계 인사들이다. 상당수 민정계 인사들은 자신들이 현 정권에서 소외받는 차원을 넘어 청산의 대상으로 거론되는 상황에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허의원이 주장했듯 『과거를 부정한다면 3당 합당으로 탄생한 민자당은 도대체 무엇이냐』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진다.
여권내의 이같은 반발이 최근 들어 갑자기 나타난 현상은 아니다. 지난해 새 정부 출범이후 단행된 갖가지 개혁조치에 대해 여권내에도 불만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다만 밖으로 표출되지 않고 수면아래서 흘러다녔을 뿐이다.
최근에 이들의 목소리가 집중적으로 표출되는 것은 변화한 정치권분위기를 반영한 현상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또는 금년초까지만 해도 여권핵심부를 정면으로 겨냥하는 발언은 나오기 어려웠다. 그만큼 개혁이 국민적 지지를 업고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근 들어 빈발하는 발언파문은 여론방향및 향후 여권권력구도에 대한 구여권의 판단을 시사해 주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민자당은 잇단 발언파문을 정식으로 문제삼지는 않고 있다. 3당합당에서 기인하는 현재의 부담을 확대하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형국이다. 여권을 더욱 곤혹스럽게 하는 것은 「유사사건」이 재발할 가능성이 크다는데 있다.【정광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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