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수회담이든 단독국회든 충격요법 필요/야요구 일부수용 여권개편논도 같은맥락 『상황을 바꿔 국면을 전환하라』
12·12문제로 단단히 꼬인 정국매듭을 풀려는 여권의 출발점은 이같은 「상황변화론」이다. 민자당등 한쪽에서는 단독국회강행으로 당론을 모아가고 또다른 쪽에서는 영수회담등 대화를 추진해 언뜻 보기에는 여권의 속셈이 과연 무엇인지 혼란스럽지만 현재까지 내비친 카드의 정치적 저의는 현국면에 충격을 줘 변화를 유도한다는 것으로 요약된다는 것이다.
물론 일견 모순된 듯한 여권의 상반된 입장이 강온 또는 화전양론으로 절충의 가능성을 넓힌다는 협상의 초보이론에 기초한 「전술용」이라는 지적도 상당하다. 하지만 민생현안처리등을 들어 단독국회의 불가피성을 주장하는 목소리나 영수회담등 대안을 모색하는 얘기들이 모두 같은 맥락이라는 분석이 더욱 설득력있게 제기되고 있다.
한마디로 현재의 정국상황은 그 원인이 어떻든 여야 모두가 조금도 옴짝달싹하지 못하는 교착상태로 내몰린 만큼 충돌이든 대화든 외부변수를 던져 다른 국면으로 전환시켜보자는 것이다.
사실 여권은 이기택민주당대표가 「12·12고리」를 걸어 대여압박수위를 높이던 초반만해도 『좁은 당내입지를 만회해보려는 한때의 정치공세』라고 가볍게 여겨왔다. 또 이대표의 정치스타일이 「승부사적 결단형」이 아닌데다 김대중아태이사장과의 관계등 야권내의 역학구도도 미묘해 초반엔 오히려 김이사장의 입김설등에 주목해왔다.
그러나 여권이 이처럼 문제를 잘못 짚어나가는 동안에 이대표는 12·12관련자의 기소촉구와 함께 의원직사퇴―정계은퇴―정권퇴진등 전에 없던 초강수를 두면서 마구 내달려온 까닭에 상황은 이제 「전부아니면 전무」로 압축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권이 상황변화론을 절실히 생각하기 시작한 것도 이런 흐름이며 심지어 김영수청와대민정수석이 김영삼대통령의 해외순방을 수행한 것을 들어 조기 여권개편설이 심심찮게 얘기되는 것도 같은 배경이다.
요컨대 여당의 단독국회카드를 야당이 전적으로 외면할 경우 상황은 더욱 나빠질수도 있겠지만 일단 야당이 실력저지등의 움직임을 취해주면 팽팽한 샅바싸움같은 균형은 깨어질 것이고 그러다보면 예상치 못한 정국돌파구가 열릴 수 있다는 것이 상황변화론의 핵심이다.
성사여부와 성과를 놓고 비관론과 낙관론이 엇갈리는 영수회담도 단독국회논리와 맥을 같이한다. 현재의 상황은 여든 야든 먼저 발을 바꾸면 넘어질 것같은 위기의식을 공유하며 어느누구도 꼼짝 못하는 형국이지만 위기가 극대화되는 시점에서 영수회담이 열릴 경우 내용물의 크기와 관계없이 상황이 전환되는 계기를 마련해줄 것이라는 것이다.
조기 여권개편설도 실현가능성이 희박함에도 불구, 분위기조성 차원에서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성수대교붕괴참사 직후 야권이 제출한 전국무위원 해임건의안의 뜻과 검찰수뇌부에 대한 화살을 여권이 일부 수용하는 자세를 보임으로써 이대표의 당내입지를 강화해주고 이를 토대로 제반 정국현안을 일괄타결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논거이다.
여권의 이같은 상황반전론이 어떤 방향과 내용으로 추진될지는 아직 속단키 어렵지만 정국해법의 열쇠가 여권손에 있다는 인식은 분명한 것같다.【이유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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