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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의 신화/손태규 통일부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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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의 신화/손태규 통일부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4.11.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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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일 칠레의 국가원수로는 처음 방한하는 에두아드로 프레이대통령이 당선될 무렵 기자는 칠레에 머물고 있었다. 지난해 12월 부터 두달 가까이 「한국일보 남극점탐험대」를 동행 취재하면서 칠레의 선거과정등 정치·사회상을 비교적 자세하게 살펴 볼 기회를 가졌던 것이다. 칠레에 대한 기자의 선입감은 남미국가들이 주는 일반적 인상과 다를 바 없었다. 끊임없는 군사정변, 극심한 부정부패와 인플레이션 등등. 그러나 칠레는 매우 다른 나라였다. 1인당 국민소득이 3천달러에 못미치는 나라의 안정성과 깨끗함은 잘 살아야 사회도 맑아진다는 논리가 무성한 우리의 현실을 부끄럽게 하는 것이었다. 우선 대통령과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기간 내내 타락, 불법운동 시비는 찾아 볼 수가 없었다. 중도파 선거운동본부의 한 간부는 『우익은 돈도 많고 법적 장치가 없어 선물을 돌린다』고 비난했으나 『공무원이 선거에 개입하는 것은 상상도 못 할 일』이라고 말했다. 수도 산티아고나 남미 대륙 맨끝에 있는 푼타 아레나스의 교민들은 한결같이 『수건 한장 돌리는 것을 볼 수 없다』고 말했다. 프레이후보가 당선된 뒤에도 부정선거 시비가 전혀 없었음은 말 할 나위가 없다.

 칠레의 공무원은 교민들에게 찬탄의 대상이었다. 돈을 주어 해결할 수 있는 일이 하나도 없으며 그렇다고 일 안하는 공무원도 없다는 것이었다. 고국이나 인근 나라 공무원들의 횡포에 시달렸던 교민들은 칠레 경찰·행정공무원들의 청렴과 친절을 신화처럼 이야기 했다. 그곳 공무원의 급여수준은 기업체의 절반 가량이며 보너스도 없다. 65세 정년과 자신이 관리하는 연금만이 그들의 기대일 뿐이다. 칠레에는 봉투받는 교사도 의사도, 횡포부리는 장의업체도 없다고 한다. 국민소득은 낮아도 남미에서 가장 건강한 경제와 안정된 정치체제를 유지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는 것이다. 프레이대통령으로부터 귀담아 들어야 할 부분은 바로 넉넉지 못한 국가가 깨끗하게 사는 방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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