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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질성 심해 「경제공동체」 요원/APEC의 한계와 앞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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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질성 심해 「경제공동체」 요원/APEC의 한계와 앞날

입력
1994.11.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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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력·문화·참여동기 제각각/“교역그룹 지향” 실행목표 막연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가 과연 유럽연합(EU)과 같은 「경제공동체」로 발전할 수 있을까. APEC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목표는 과연 무엇이며 또 바람직한 발전방향은 어떤 것일까.

 지난해 시애틀, 올해 보고르에서 화려한 정상모임을 가지면서 기세를 올렸지만 APEC의 실체와 장래에 대한 윤곽은 여전히 손에 잡힐듯 말듯 모호하기 그지없다. 보고르선언이 밝힌 대로라면 공동체의 전단계인 「교역그룹」을 지향하며 단계적인 무역자유화를 추구한다는 목표다.

 하지만 구체적인 실행목표나 계획에 관해서는 보고르회의에 참석한 각국 정상들조차 아직 막연히 『같이 모여 협력하면 뭔가 이룰 수 있겠지…』라는 수준을 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APEC의 18개회원국들은 경제력 문화배경 발전단계등 여러 측면에서 이질성이 두드러진다. 1인당 국민소득이 3만달러에 이르는 나라가 있는가 하면 3백달러에 턱걸이중인 회원국이 있다. 인종 종교 문화도 각양각색이어서 인류역사가 시작된 이래 공통의 역사적 경험을 나눠 본 경우가 거의 없다.

 또 어느 회원국도 APEC을 통한 결속이 자국의 이익증진에 필수적이라는 절박감을 갖고 있지 못한 실정이다. 더욱이 APEC회원국들은 지금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호주 뉴질랜드 자유무역협정(ANCERTA)등 지역블록으로 묶여져 있거나 동아시아 경제연합(EAEC)등 새로운 지역블록 구상이 제기되고 있는 상태다. 

 중국 대만 홍콩등 중화경제권도 사실상 지역블록으로 자리잡은 것이나 다름없다. 경제공동체의 원형이라 할 EU의 태동배경을 추적해 보면 이런 여건속의 APEC이 지역공동체로 발전하기가 얼마나 어려울지 짐작할 수 있다.  이같은 이질성과 함께 각 회원국들이 추구하고자 하는 목표도 너무 제각각이어서 APEC은 여전히 「동상이몽」의 무대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다.

 최강국인 미국은 아시아국가들의 지역블록화를 막자는 것이 APEC 참여의 초기 의도였다는 게 정설이다. EU로 표출된 유럽국가의 단결된 힘을 견제하고 일본 중국의 개방을 촉구하기 위한 지렛대로 APEC의 효용가치가 부각되면서 보다 적극적인 자세를 나타내기 시작했다.

 일본은 APEC을 통해 아시아에서 미국이 보다 깊숙히 발을 들여놓아 전통적 고립주의 경향을 감소시키는 안보상 이익이 있는데다 APEC이 미국에 비해 일본에 더 많은 것을 제공한다고 보고 있다. 중국은 세계시장 진출을 위한 통로로 APEC을 활용할 수 있고 미국의 정치·경제적 압력을 희석시킬 대안이 된다는 입장이다.

 호주 뉴질랜드는 유럽시장에서 아태시장으로 전환하기 위한 계기로 삼겠다는 생각이나 일본주도의 동아시아블록 창설에는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아세안 국가들은 APEC이 미국등 선진국의 이익만을 대변할지 모른다는 강박감에 사로잡혀 APEC의 급진적 제도화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보고르선언이 발표된 직후 무역자유화 연도설정에 대해 말레이시아가 『단순한 희망사항』이라며 반발한 것은 동남아 국가들의 우려를 표면화한 대표적 사례다.

 한국의 경우 역내 선진 후진국사이의 「중간자」입장임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정부관계자들은 『자국 이익을 놓고 첨예한 갈등을 벌이는 국제무대에서 사회자역할에 만족하겠다는 말이 도대체 성립될지 의문』이라고 지적한다.

 이번 보고르선언도 각료회의가 난상토론 끝에 합의하지 못한 자유화목표 연도를 정상회의가 억지로 「꿰맞춘」느낌이 완연하다. APEC은 공동체로 나아가는 첫 걸음에서조차 몹시 뒤뚱거리는 모습을 드러낸 셈이다.【유석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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