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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직박스」의/제시카랭/냉철한 지성으로 뜨거운고뇌녹여내(명우명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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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직박스」의/제시카랭/냉철한 지성으로 뜨거운고뇌녹여내(명우명작)

입력
1994.11.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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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시카 랭은 눈부신 조명을 받으며 단번에 할리우드의 정상을 차지하는 행운을 누렸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녀는 데뷔 이래 건강한 청순미로부터 퇴폐적인 관능미, 깊고 따뜻한 지성미를 두루 일군 연기파배우이다. 76년 영화 「킹콩」에서 킹콩의 애인으로 스크린에 첫 모습을 드러냈던 제시카 랭이 80년대 초반까지 여배우로서 구축했던 압도적인 매력은 관능이었다. 81년작 「포스트맨은 벨을 두번 울린다」(테이 가네트감독)에서 부랑자 프랭크(잭 니컬슨)와 눈이 맞는 코라로서 그가 보여준 나른하고 퇴폐적이며 거친 성적인 이미지는 이 작품의 배경인 30년대 공황기의 스산한 미국풍경과 절묘한 조화를 이루면서 숨막히는 관능을 연출했다. 

 제시카 랭은 초기에 구축된 이같은 이미지에 안주하지 않고 「킹콩」이나 더스틴 호프먼의 애인 줄리로 출연한 「투시」(81년작)등에서 보여줬던 밝고 청순한 이미지를 건강한 성격으로 발효시키려는 노력을 거듭했다. 그리고 이 노력이 결실을 맺은 것이 89년의 문제작 「뮤직박스」(코스타 가브라스감독)이다.

 변호사인 딸이 나치 협력자인 아버지를 변호하면서 겪는 인간적 고뇌를 연기한 이 작품에서 그는 아버지의 엄청난 죄악과 위선에 점진적으로 다가가는 딸의 불안과 변호사로서의 흔들림, 죄악을 확인한 뒤의 충격과 단호한 지성적 결단을 극명한 연기로 보여줬다.

 은퇴를 선언했다가 91년에 스릴러물인 「케이프 피어」로 은막에 복귀한 제시카 랭은 최근 제작중인 「블루 스카이」에서 45세의 중년으로서 삶에 대한 관조와 체념, 포용력이 어우러진 완숙한 연기를 펼치고 있다는 소식이다.【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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