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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파괴/유주석(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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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파괴/유주석(메아리)

입력
1994.11.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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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 대표적 할인점 체인 K마트나 월마트는 소규모 잡화연쇄점이 그 뿌리였다. 1897년 뉴욕에서 잡화점으로 출발한 크레스지(KRESGE)가 연쇄점을 규합, 할인전문점 체인사 K마트로 변신한 것은 1962년. 월마트 역시 지방의 무명 잡화연쇄점 형태에서 70년 월마트 스토어스사라는 법인으로 바뀌면서 할인점시장에 뛰어들었다. 이들은 특히 80년대 이후 연20∼30%의 고속성장을 거듭, 가격혁명의 바람을 일으키며 미유통업계를 주름잡고 있다. 금년 2·4분기중 월마트는 1백76억6천만달러, K마트는 78억7천만달러의 매출을 기록했고 이밖에 프라이스 로스토코사(36억2천만달러), 홈데포사(28억7천만달러)등 할인판매회사들이 유통업 상위랭킹을 휩쓸고 있다.

 미국의 할인점시장은 이제 성숙기에 들어서 제조업체들의 상품가격 결정을 좌지우지하는, 이른바 유통업의 제조업 지배현상이 자리를 잡았다고 한다.

 미국에서 시작된 할인판매의  바람은 80년대말 일본에 상륙해 다이에이등 할인점들이 2백∼3백년된 오랜 전통의 백화점들을 제치고 유통업계의 선두에 나서고 있다. 미국에 비하면 아직 걸음마단계라고 하지만 일본에서도 최근 상품판매가격을 제조업체가 아니라 유통업자가 자유롭게 정해 팔도록 하는 이른바 「오픈가격」의 바람까지 불고 있다. 대형 아이스크림업체인 메이지유업이 「카이노로 노조스」라는 아이스크림을 정가없이 출고하는 것이 그 대표적 사례로 이런 움직임이 과자류에서 가전품·화장품업계로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신조어를 좋아하는 일본인들이 만들어낸 「가격파괴」니 「가격창조」니 하는 낯선 용어들이 한국에서도 요사이 유행어가 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서울 창동에 E마트라는 할인점이 생기고 지난 10월초 양평동에 창고형 할인매장 프라이스클럽이 개점하면서 국내 유통업계도 변혁과 개편의 진통을 겪기 시작했다. 매사 전투 용어를 즐겨 쓰는 국내 매스컴은 서울 동북상권과 영등포상권에 유통전쟁이 벌어져 포연이 자욱하다고 전하고 있다.

 유통업체들의 값내리기 경쟁을 보는 것은 소비자들로서는 일단 즐거움이다. 다만 가격혁명의 진원지 미국과 달리 국내 유통전쟁이 대기업 주도로 걸음마도 배우기전 뜀박질부터 시작하려고 하는 점이 마음에 걸린다. 신생 할인매장들이 공급자 위주의 시장지배에만 익숙한 독과점 대기업과 대리점등의 반발에 타협해 결국 농수산물, 중소업체 상품이나 취급하면서 시장개방에 따라 밀려드는 수입품매장으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 또 할인매장 납품용으로 낮은 가격에 맞춘 상품의 조잡화 현상이 벌어진다면 할인판매의 의미는 없어진다.<생활과학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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