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서 변화로” 국정목표 전환/“국제화 대상아닌 중심국부상”/귀국후 구체화작업내용 관심 김영삼대통령이 17일 밝힌 「세계화 장기구상」착수계획은 이번 아태경제협력체(APEC)정상회의 참석과 아태3국 순방성과를 결산하는 의미가 있다. 김대통령이 이날 밝힌 「시드니 선언」은 물론 세계화를 향한 장기구상 그 자체는 아니며 그러한 장기구상에 착수할 것을 내각에 지시하겠다는 뜻을 표명한 쪽에 가깝다.
따라서 구체화된 내용도 아니다. 그러나 이날 밝힌 구상의 일단은 김대통령이 취임 후 지금까지의 몇차례 해외방문을 거치면서 느낀 것을 토대로 나왔다는 점에서 앞으로 정부와 민간이 협력, 체계적으로 다듬어지고 구체화될 세계화 구상의 의미는 명확히 나타나 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김대통령이 이날 밝힌 구상은 새로운 국정운영의 기점이 될 전망이다. 국정목표인 개혁과 변화중 변화의 목표가 바로 세계화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김대통령이 세계화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선 것은 우리가 세계사적 관점에서 세계의 변화를 투시하지 않는 한 자칫 개도국으로 영원히 머무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절감한 것이 우선 그 이유가 된 것으로 보인다. 우리가 선진국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목표를 명확히 세우고 여기에 국가의 역량을 총결집해야 하며 바로 그 목표는 세계화라는 것이다. 김대통령은 이번에 세계화의 필요성을 절감했고 세계가 바로 우리의 그같은 역량을 요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대통령은 세계가 지금 우리에게 요구하는 것은 대개도국 경제협력증대, 선·후진국간 조정역할증대, 경제규모에 걸맞는 역할등이라고 정리했다.
김대통령은 이번 APEC정상회의에서도 우리가 중간자적 조정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 명분과 실리 양면의 성과를 거두었지만 그것은 우리의 국력과 위상이 이를 뒷받침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는 우리의 국가적 역량이 부족했다면 그같은 역할을 결코 하지 못했을 것이고 그런 점에서도 역시 사전에 대비하지 않으면 국력신장은 어렵다는 것이다. 김대통령은 또 우리가 세계화를 추구하며 그에 대한 장기구상을 세우자는 의미는 세계속에 수출시장, 투자시장, 인력교류시장등 수요와 공급의 모든 「기회」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대통령은 특히 세계화의 장기구상은 결코 우리자신이 아니라 차세대를 위한 대책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APEC회의에서도 2020년까지 역내무역자유화를 결정하면서 각국 지도자들이 한결같이 『그때가 되면 우리중 몇사람이나 살아 있겠느냐』며 그같은 결정이 차세대를 위한 것임에 공감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세계화의 목표는 지금의 우리를 희생하더라도 다음세대에 꿈과 희망을 심어주는 방향으로 마련되어야 한다는 얘기이다. 김대통령이 지금까지 국제화를 주창해오다가 비슷한 개념일 수도 있는 세계화를 다시 내놓은데 대해 한리헌청와대경제수석은 『세계화가 국제화에 비해 전세계를 대상으로 한 보다 적극적이고 진취적인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국제화가 개방과 변화에 비중을 둔 개념이라면 세계화는 우리가 바로 세계의 중심국가로 나아가야 되겠다는 의미로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대통령의 이날 밝힌 구상은 오랜 생각이기는 하나 한수석이 16일 하오 구술을 받아 하룻만에 정리한 것으로 세계화 장기구상의 실체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따라서 일과성 선언에 그치지 않으려면 앞으로 구체화작업을 통해 손에 잡히고, 국민이 공감하는 알맹이가 나와야 한다. 그래야 혹시라도 일부에서 국내정국을 일거에 덮는 효과도 노린 것이라는 오해가 나올 수 있는 것을 피할 수 있을 것이다.【시드니=최규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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