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구 사정따라 입장 서로달라/잡음 많겠지만 근소차통과 전망 미공화당의 강경보수파 의원인 제시 헬름스 차기 상원외교위원장이 지난 15일 우루과이라운드협정 비준안(일명 가트 이행법안)의 표결을 내년 초 새 의회개원 때까지 미루자는 내용의 서한을 빌 클린턴대통령에게 보내 가트의 연내 의회비준 여부에 또다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헬름스의원은 이날 상원 상공위원회에서의 마지막 가트청문회가 끝난 뒤 클린턴대통령에게 보낸 편지에서 가트 이행법안에 대한 「의미있는」 공청회를 연 뒤 내년 초 의회에서 이를 통과시킬 것을 촉구했다.
그는 이어 『만일 이같은 요구에 응해준다면 차기 회기중 모든 외교사안들이 공정하고 충분히 다뤄지도록 보장하겠다』며 은근한 으름장까지 놓았다. 워싱턴의 정치분석가들은 헬름스의 서한이 그의 독특한 스타일을 반영하는 것으로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의회를 장악한 이후 이미 예상됐던 일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또 가트 이행결의안이 비록 근소한 표차가 되겠지만 상·하원을 모두 통과할 것으로 전망했다. 가트결의안은 오는 29일 하원표결을 거쳐 내달 1일 상원의 표결에 부쳐진다. 이 법안은 당초 상원의 민주당 상공위원장인 어니스트 홀링스위원이 그의 선거구인 사우스 캐롤라이나의 섬유산업보호를 내세우며 직권으로 표결을 연기했던 것이다.
가트 이행법안에 대해서는 공화·민주 어느 당을 막론하고 당론이 분열돼 있다. 민주당에서도 홀링스의원만이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보브 버드상원의원(민주·웨스트버지니아주) 상원세출위원장은 『가트는 협정이 아니고 조약이기 때문에 재적의원 3분의 2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며 법안에 반대하고 있다. 일부 공화당의원들도 가트 이행법안에 반대하는 보수파 민주당위원이나 노조 및 소비자운동단체등과 연대해 저지투쟁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공화당의 차기 하원의장으로 내정된 뉴트 깅그리치의원은 15일 가트 이행법안이 가져올 감세효과를 내세우며 찬성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는 또 미국이 우루과이라운드협정을 대체할 세계무역기구(WTO)에 지나치게 주권을 양도한다는 당내의 일부 주장에 대해서도 반론을 제기했다. WTO는 가트를 대신해 세계무역분쟁의 국제사법재판소 역할을 하게 되는데 패트릭 뷰캐넌을 비롯한 일부 공화당 논객들은 미국과 같은 경제대국이 무역분쟁조정과정에서 약소국들과 마찬가지로 한 표만을 행사하는 것은 주권의 대부분을 포기하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공화당의 보브 돌 차기 상원원내총무는 중간선거 이전에는 가트 이행법안에 대한 지지입장을 표명했으나 최근 WTO출범 이후 미국의 주권문제를 철저히 따져야 한다며 유보적 입장으로 후퇴했다. 돌의원은 미국정부가 독립적인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WTO의 발족 이후 미국기업의 피해를 방지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는 조만간 미키 캔터 무역대표와 만나 이같은 입장을 전달하고 가트 이행법안의 상원통과를 절충할 예정이다.
클린턴대통령은 일부 당내외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가트 이행법안의 의회통과를 연내에 관철한다는 방침이다. 클린턴의 딜레마는 중간선거 이후 정계거물로 등장한 헬름스의원의 첫번째 부탁을 선뜻 들어줄 수가 없다는 데 있다. 이 협정이 내년 1월1일을 기해 발효하기로 돼 있으니 더 이상 표결을 연기할 수도 없다. 게다가 미국을 제외한 1백22개국 가트조인국들이 미국의 비준 여부를 주시중이다.
그렇다고 헬름스의원을 무시하자니 정신적인 부담이 크다. 헬름스의원이 이미 협박한대로 조약이나 대외원조법안등의 심의나 대사의 임명동의안 처리과정에서 사사건건 물고 늘어질 게 뻔하기 때문이다.【워싱턴=이상석특파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