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친근감있게” 상품선전/소비자에 제품소개 상세히/환경보호 등 공익성도 강조/올 칸 광고상 181개중 “유럽수상 122개” 광고업계의 오스카상이라 할 수 있는 올해 칸 라이온스 국제광고상 시상식에선 유럽 광고회사들이 1백81개의 금은동메달중 1백22개를 휩쓸었다. 미국 광고회사들이 주름잡았던 세계광고계의 흐름이 유럽쪽으로 옮겨가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유럽광고가 이처럼 강세를 띠게 된 가장 큰 원인으로 탁월한 유머감각을 꼽고 있다.
광고인들은 어떻게 하면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어 상품을 효과적으로 알릴 수 있을까에 늘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상품 자체가 재미없는 품목일 경우 광고인들의 고민은 깊어지게 마련이다.
다국적 광고회사인 로웨 앤 파트너의 프랑크푸르트지사 책임자인 볼프강 불룸씨는 『유럽의 광고인들은 웃음을 자아내는 광고야 말로 이런 문제를 풀 수 있는 열쇠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따라서 최근 유럽광고의 주류는 딱딱한 메시지를 유머감각으로 포장하는 추세로 나아가고 있다』고 설명한다.이탈리아의 광고회사 아르만도 테스타사가 제작한 TV 전화광고는 유머감각을 활용한 대표적인 광고로 올해 칸광고제에서 금상을 받았다.
이 광고는 총살대에 묶인 포로가 마지막 소원으로 고향의 가족들에게 전화를 걸게 해 달라고 부탁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총살집행의 책임을 맡은 적군의 장교가 전화를 넘겨준다. 고향집으로 전화를 건 포로는 가족은 물론이고 온 마을 사람들과 차례로 이탈리아 사람 특유의 수다를 떤다. 총살을 위해 대기하고 있던 적군 병사들은 끝없이 이어지는 전화통화에 지쳐 한사람 두사람 대오를 이탈하고 마침내 처형장에는 포로만 남게 된다. 포로는 마침내 『전화가 없었으면 나는 죽었을 것』이란 말로 전화를 끊은뒤 탈출에 성공한다.
로웨 앤 파트너사의 불룸씨는 『유럽은 지금 하나의 경제권으로 통합하고 있지만 문화와 관습의 벽은 여전히 두껍게 남아 있다』며 『이러한 벽을 뛰어넘어 상품광고가 모든 소비자에게 어필하기 위해선 다양한 문화권에 공존하는 공통분모를 찾아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점에서 애완동물, 특히 개는 거의 모든 유럽국가에서 사랑받는 동물로 광고에 자주 등장한다. 이른바 다양한 문화권에 공존하는 공통분모로 유럽에서는 개가 가장 사랑받고 있는 셈이다. 로웨 앤 파트너사가 인쇄매체용으로 제작한 약품광고에도 개가 등장한다. 이 광고는 주인과 함께 점잖게 식탁에 앉은 사냥개가 콜레스테롤이 많이 함유된 음식을 게걸스럽게 먹고 있는 주인을 걱정스럽게 쳐다보고 있는 모습을 담고 있다. 이 광고는 단순히 약품을 파는게 아니라 건강을 위해서는 균형잡힌 식사가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스포츠 역시 문화와 언어의 장벽을 넘어 강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소재로 광고인들의 선호가 집중되고 있다. 독일의 테니스 스타인 슈테피 그라프는 독일광고에서 가장 자주 등장하는 모델이다. 스포츠용품 뿐만아니라 다양한 제품광고에서 최고의 품질을 강조하고자 할 때 슈테피 그라프의 우승장면이 약방의 감초처럼 등장한다.
월드컵이 유럽에서 최대의 광고 이벤트로 인식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유럽에 진출한 한국기업들은 한국축구대표팀이 올해 월드컵에서 펼친 인상적인 경기는 수백만달러의 광고효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한다.
우리나라에서와 마찬가지로 환경등 공익성을 강조하는 광고가 쏟아지고 있는 것도 최근 유럽의 광고에서 두드러진 현상의 하나이다. 직접적이건 간접적이건 환경보호의 메시지를 담고 있는 광고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가전제품업체인 독일 브라운사의 전기면도기 광고는 얼굴 곡선의 변화에 따라 다른 기능을 하는 3개의 면도날등 성능의 우수성과 함께 이 제품이 무공해 제품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즉 이 전기면도기에는 카드뮴 알칼리등 환경에 유해한 물질을 포함하는 부품은 절대 사용하고 있지 않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전문가들은 유럽의 광고가 세계 광고계의 주류로 급부상하고 있는 것은 유머와 엔터테인먼트 외에 공익성이라는 사회적 책임을 중요하게 여기는 진지한 자세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프랑크푸르트=김현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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