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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4.11.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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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의 18개 회원국 정상들이 펼쳤던 자카르타의 외교쇼는 실로 화려했다. 인도네시아의 전통적인 민속의상으로 대단한 연회에서까지 예복으로도 통하는 바틱차림의 다자외교연출은 퍽 인상적이었다. 바야흐로 아시아태평양시대가 성큼 눈 앞에 다가온 느낌이다. ◆보다 더 활발한 것은 공식외교무대의 막간에 벌어지는 정상들간의 쌍무접촉이었다. 특히 한국의 김영삼대통령은 틈만 나면 클린턴미국대통령등과 비공식적으로 얘기를 많이 하려고 애쓰는 모습이었다. APEC정상회담을 계기로 인도네시아와 필리핀과 호주를 공식방문한 것도 의미있는 남방외교였다. ◆그러나 눈을 돌려 나라 안을 들여다 보면 답답하기 그지없다. 여전히 파행 정치쇼가 판을 치고 있다. 화려한 국제무대쇼와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국회는 여전히 공전을 거듭하면서 표류하고 있다. 실리외교가 어떠니 아시아태평양시대가 어떠니 하는 따위의 얘기들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는 투다. ◆국내정치상황은 김대통령이 떠날 때보다 더 악화되어 있다. 야당은 국회를 마다하고 어깨띠를 두른 채 거리를 누비고 있다. 여당은 단독국회불사를 외치고 있다. 벼랑으로 치닫는 국회를 어떻게 할 것이냐고 여론은 걱정이 태산이다. 평행선을 달리는 여야의 대립된 입장은 한치도 좁혀들지 않고 있다.◆정기국회 회기도 이제 겨우 한달 밖에 남지 않았다. 그러나 여야의 책임있는 간부들은 속수무책이다. 한결같이 「정치 9단」의 실력과 솜씨에 기대를 걸 수밖에 없다는 표정들이다. 이것이 국제화시대의 정치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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