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건전미국대통령이 자신이 치매에 걸렸음을 알리는 편지를 발표한 후 그 무서운 불치병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세계의 신문·잡지·방송들은 치매에 관한 특집을 다투어 만들고, 사람들은 가는 곳마다 그 병을 화제로 삼고 있다. 그 병에 대해서 알면 알수록 사람들의 공포는 커지고 있다. 병에 대한 공포뿐 아니라 치매환자들을 보살펴줄 시설도 대책도 없다는것에 대한 공포가 더욱 크다. 우리나라에는 치매환자를 위한 전문병원이나 요양원조차 없어서 치매환자들은 가족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가족의 구성이나 가옥형태로 볼 때 가정에서 치매환자를 돌본다는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부모나 조부모가 치매에 걸려 가정에서 돌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이렇게 털어놓고 있다.
『그것은 효도를 하느냐 아니냐의 차원이 아니고, 온가족이 들러붙어 싸우는 처절한 전쟁이다. 치매가 심해지면 어떤 위험한 짓을 할지 예측불허의 상태가 되므로 하루종일 누군가가 환자를 보살피고 감시해야 한다. 환자는 가스나 수도를 틀어놓기도 하고, 대소변을 아무데나 보기도 하고, 거리로 뛰쳐나가 길을 잃기도 한다. 매일매일 난리가 벌어지고, 온가족이 불행해진다. 부모나 조부모를 방에 가두거나, 끈으로 묶어둘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 자식들이 제 정신을 지키겠는가』
누가 치매환자를 모실것인가라는 문제로 형제들이 갈등을 겪고, 간병인을 고용하여 벅찬 부담에 허덕이기도 한다. 간병인에게는 월1백만원 이상 지불해야 하는데, 형제들 몇명이 공동부담한다해도 쉬운 일이 아니다. 치매는 보통 몇년씩 지속되므로 환자와 가족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지난 몇년사이 노인을 위한 전문병원이나 요양원이 몇군데 문을 열었으나, 치매환자는 사절이다. 치매환자를 제대로 돌보려면 비용이 엄청나게 드는데, 그 비용을 환자에게 떠넘기기는 어렵다는등의 판단 때문이다. 치매는 아직 우리사회에서 질병으로 인식되지 않아 『정신은 없지만 건강은 멀쩡하다』는 이유로 무의탁 치매환자들도 무료양로원이나 요양소의 보호를 못받고 있다.
사정이 이러하다면 한국인들의 치매공포증은 심각할 수밖에 없다. 평균수명은 계속 길어지고, 사회보장제도는 까마득하고, 자녀에게 노년을 의탁할 희망은 멀어져 가는데, 치매까지 걸린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누구나 결국 노인이 되고, 불가항력으로 치매에 걸릴수도 있는것이 현실이라면, 사회적으로 관심을 모아야 한다. 치매는 노인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존엄성에 관한 문제다.<편집위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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