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시대 해부에 다양한 평가 받아/당사자 문부식씨 소감 발표 화제도 12월25일까지 성좌소극장에서 공연되는 연극 「불지른 남자」가 대학로에 조그만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82년 부산 미문화원 방화사건을 모티브로 한 이 연극은 「80년대를 관통하던 이상주의에 대한 포기」 또는 「시대가 변했음에도 포기할 수 없는 꿈을 연극으로 표현」, 「문민정부의 개혁에 대한 비판」등 다양한 평가를 받고 있다.
문민정부에 대한 연극계의 인식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 탄탄한 실력의 극작가 이강백씨의 최신작이라는 점, 21명이나 되는 배우가 출연하는 「소극장 연극」이라는 점도 연극계의 주목을 받기에 충분하다.
여기에 부산미문화원 방화사건의 주인공 문부식씨가 희곡을 읽고 「말」지 11월호에 연극 「불지른 남자」가 90년대의 현실을 이분법적으로 보고 있다는 내용의 글을 발표하면서 더욱 세인의 관심을 끌게 됐다.
문부식씨는 『80년대에서 90년대로 넘어오는 과정의 긴장, 이완, 반전을 잘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민주화를 위해 일했던 사람들이 절망할 수밖에 없는 90년대적 역설에 대한 이야기는 감동적』이라고 말했다.
광주 미문화원 방화사건으로 10년8개월 동안 감옥살이를 하고 돌아온 재헌(김학철 분)은 달라진 세상에 적응할 수 없다. 매형은 세상이 달라졌으니 운동권 사람들이 고위층에 오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고, 민중미술을 하는 친구를 찾아갔더니 민중미술은 끝났다고 한다. 자신에게 미문화원 방화를 지시했던 선배는 정부 고위직에 올라 불평만하는 데모꾼들을 비난한다. 애인은 재헌을 담당하던 정보과 형사의 아이를 가졌다. 형사에 쫓기지 않아도 되고, 걸개그림을 마음놓고 전시할 수 있으니 세상이 달라진 것은 확실하지만 재헌은 마음이 편치 않다.
결국 재헌은 일제시대가 더 좋았다고, 유신때가 더 좋았다고 말하는 양로원 치매노인들에게 맞아죽는 충격적인 결말을 맞는다.
연출가 채윤일씨는 『나와 작업을 하면서 극작가는 3번이나 희곡을 고칠만큼 공을 들였다. 강렬하고 시사적인 얘기지만 서정적으로 그리고 싶었다』고 말했다.745―3966【이현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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