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치 안맞는일 묵과 용서정치 아니다”/이대표와 갈등·구여포용설 정리의도 12·12문제는 김대중아·태재단이사장에게는 적극적으로 대하기도, 무관심하기도 어려운 「계륵(계륵)」이다. 정국경색까지 몰고온 정치현안을 언급하자니 정치개입의 구설수가 따르고, 그렇다고 아예 침묵하자니 지나친 몸사림으로 해석될 수 있다. 그동안 김이사장이 말을 삼간데는 이런 상황이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런 그가 「12·12관련자의 기소」를 공식적으로 주장한것은 『더이상의 침묵은 득보다 실이 크다』는 판단 때문인듯 하다. 한 측근은 『김이사장이 언급을 자제하니까 불필요한 오해가 생겼고 「12·12피해당사자로서 할 말은 해야한다」는 시민들의 항의가 많았다』고 공식언급의 배경을 설명했다.
측근들은 오해를 「김이사장과 이기택대표의 이견설」 「김이사장의 구여권포용설」등이라고 말하고 있다. 가지치듯 확산되는 혼선을 정리하기 위해서라도 최소한 원칙론이라도 밝힐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이대표와 노선의 차이가 있다』는 정가의 소문들은 상당히 신경쓰이는 대목이었다고 한다. 사실 중국방문기간에 김이사장이 『이대표가 왜 그리 강경하냐』고 말한 것으로 전해지기도 했으며 일부측근의원은 『퇴로없는 강경투쟁은 곤란하다』는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또 이대표가 귀국후 인사차 면담을 제의했으나 김이사장이 난색을 표명했다는 얘기가 전해지자 두 사람사이의 갈등설까지 나돌기도 했다.
이런 미묘한 상황에서 김이사장은 『개전의 정을 보이지 않는 12·12관련자들을 기소하지않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해 이대표와의 이견설을 일축했다. 그는 또 『12·12관련자들이 잘못이 없다며 피해자들을 고소한 것은 과거의 사과를 뒤집는 행위』라며 『화해와 용서의 정치를 한다고해서 이치에 맞지않는 일을 묵과할 수는 없다』고 정리했다.
내용상으로 그의 발언은 다분히 원론에 가깝지만 결과적으로 민주당의 투쟁노선에 대한 지지메시지로 작용하고 있다. 이기택대표가 보도를 접한후 내내 기분좋은 표정을 감추지 못한 것이나, 원내외병행투쟁을 주장하던 목소리가 쑥 들어간 이면에는 김이사장의 발언이 있다고 봐야한다.
정국전반을 놓고보면, 김이사장의 12·12기소주장에는 「구여권포용설」을 차단하려는 의도도 깔려있는 듯하다. 중국방문전 박철언전의원을 만나고 박태준 박준규 김복동씨등과 교류를 가진 사실과 관련, 『김이사장의 커다란 복안이 있는 것 아니냐』는 소문이 한동안 나돌기도 했다. 김이사장은 이런 풍문의 확산을 상당한 부담으로 느꼈기 때문에 12·12발언을 통해 『정치적 의미는 없다』는 입장을 정리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어쨌든 김이사장의 발언으로 민주당은 상당기간 일사불란한 투쟁대열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이대표의 강공드라이브도 당분간은 당내 이견없이 계속 추진될 것이 확실시된다.
그러나 여전히 당내에는 원내외병행투쟁론이 존재하고 있으며 정치권에는 「김이사장의 복안설」이 잠복해 있다. 따라서 김이사장의 12·12발언은 그를 둘러싼 수많은 정치적 해석들의 「마침표」라기보다는 「시작」이 될 공산도 있다.【이영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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