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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제궁 입성 “삼각기류”/불 내년4월 대선… 주자들 다양한 행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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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제궁 입성 “삼각기류”/불 내년4월 대선… 주자들 다양한 행보

입력
1994.11.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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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뛴 시라크 “우파대표” 굳히기/발라뒤르 인기바탕 「정중동 전략」/사회당 들로르 “우파분열에 기대” 미테랑의 2기에 걸친 14년 장기집권을 이을 사람은 누구인가. 내년4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프랑스는 벌써부터 선거정국에 돌입했다.

 자크 시라크 공화국연합(RPR)당수겸 파리시장(61)이 지난 4일 대통령출마를 전격선언하고 12일 임시전당대회를 소집, 당수직에서 물러남으로써 그동안 잠복해 있던 대선 열기는 순식간에 프랑스정가를 강타했다. 그는 대통령선거에 전념하기 위해 18년전 자신이 창당한 당의 당수직을 버린 것이다. 여기에는 초당적인 범국민 후보의 이미지를 심기 위한 계산도 깔려 있다.

 시라크의 출마발표는 예상보다 빨랐다. 정치권은 올해말까지는 선거운동을 자제, 내치에만 총력을 기울이자고 암묵적으로 합의한 상태였다. 그러나 시라크는 초조했다. 같은 당의 발라뒤르총리(65)의 높은 국민적 인기 때문이다. 또한 RPR와 지스카르 데스탱전대통령이 이끄는 다른 우파인 프랑스민주동맹(UDF)간에 우파후보단일화를 위해 미국식을 본뜬 비공식 예비선거를 치르자는 정치권 일각과 여론의 주장이 부담이 됐다. 시라크로서는 발라뒤르총리가 후보가 돼야한다는 당위론이 더 굳어지기 전에 RPR 또는 우파의 유일한 후보는 자신뿐이라는 점을 과시해둘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그의 유일후보 자격을 확실히 굳히고 거당적인 지지를 얻기 위해 소집한 임시전당대회는 그에게 상처를 주었다. 발라뒤르와 발라뒤르를 지지하는 당의 일부중진들은 전당대회에 나타나지 않음으로써 시라크의 당후보자격에 손을 들어 주지 않았다. 반면 발라뒤르는 내년 1월에 자신의 거취를 결정할 것이라고만 밝히고 일단 국정에 전념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는 당의 기반이 취약하고 국민적 인기에만 의존하고 있는 발라뒤르가 현실적으로 택할 수 있는 유일한 선거전략이다.

 발라뒤르는 지난해 총선에서 RPR가 최대정당이 됨으로써 시라크가 대통령 선거준비에 전념하기 위해 발탁한 인물이다. 그러나 정치신인에 가까웠던 발라뒤르는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을 프랑스에 유리하게 이끌어 내고 참신한 이미지와 성실하고 신념에 찬 국정운영 스타일, 깨끗한 매너등으로 국민의 인기를 얻기 시작하면서 시라크의 당내 경쟁자로 급부상했다. 그는 여론조사에서 시라크에 비해 두배 가까운 인기를 얻고 있다. 그러나 발라뒤르 역시 최근 각료들의 잇단 부정 스캔들로 정치적 곤경에 빠져 있다. 제라르 롱게산업장관과 알랭 카리뇽체신장관이 지난달 수뢰등 혐의로 검찰의 조사를 받고 사임한데 이어 미셸 루생협력장관이 정치자금부정조달혐의로 12일 사임함에 따라 내각의 책임자인 발라뒤르에게 엄청난 정치적 타격을 주었다.

 우파내각의 부정부패와 후보를 둘러싼 우파 최대정당인 RPR의 내분은 결과적으로 지리멸렬한 사회당의 마지막 희망으로 남아 있는 자크 들로르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69)에게 승리의 가능성을 높여 주고 있다. 81년과 88년 대선에서 사회당후보인 미테랑은 우파의 분열에 힘입어 당선됐었다. 들로르는 올해말 후보출마를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결선투표에서 시라크는 들로르에게 큰 차이로 지며 들로르는 발라뒤르에게 약간 뒤진다. 그러나 역대 선거에서 여론조사 결과는 항상 빗나갔고 최고인기를 누린 후보가 항상 낙선했었다. 이는 결선투표제를 도입하고 있는 프랑스의 독특한 선거방식으로 유권자들의 투표성향이 1차와 결선투표에서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앞으로 RPR내및 범우파의 후보단일화, 그리고 미테랑의 건강악화로 인한 조기대선 가능성등이 큰 변수이다. 현재로서는 어떤 정치분석가도 엘리제궁의 다음 주인을 자신있게 점칠 수 없는 복잡한 상황이다.【파리=한기봉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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