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의 제약 견뎌내는 넓은마음 그려” 정은숙씨(32)는 첫 시집 「비밀을 사랑한 이유」(민음사간)에서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갈등하는 현대인의 분열된 삶과 이에 대한 저항을 그린다. 그러나 작가가 잡은 주제의 전체적 방향은 분열과 갈등의 극복이다.
『사회적 자아와 이상적 자아의 틈새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늘 선택의 기로에 서야 하는 우리들의 모습을 담았습니다』
「비밀을 사랑한 이유」는 특히 도시적 감각이 돋보인다. <아내가 골라준 양복에, 그녀가 선물한 넥타이를 매고 휴가가 끝난 첫날 집을 나서는 이중 복합 처방된 한국형 신사인 나는> (「좋은 것이 다 만족스럽지는 않아」)에서는 사회적 삶의 뒤편에서 은밀하게 진행되는 또 하나의 세계를 직설적으로 보여준다. 반면에 <맑은 햇살 아래 우산 하나 받쳐든 사람 있다 평화의 사람 거칠 것 없고, 만국기 같은 얼굴에 부도를 모르는 만성흑자의 삶이 펼쳐져 있다… 손대지 마시오, 천연기념물임 내안의 광인이 그와 교신하는 것을 나는 참을 수 없다> (「내 안의 광인」)에서의 광인은 인간이, 특히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사는 월급쟁이들이 영원히 희망하는 자유의 표현이다. 맑은 햇살 아래> 아내가 골라준 양복에, 그녀가 선물한 넥타이를 매고>
정씨는 『몸에 퍼진 멍을 아무렇지 않게 인정하듯이 현실의 제약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삶의 부조화를 견뎌낼 수 있는 넓은 마음을 상징했습니다』라고 말했다. 정씨는 현재 출판사 편집장으로 근무중이며 92년 작가세계를 통해 등단했다.【찬】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