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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인 반발 “비등”/중국최대 「신화서점」철거·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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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인 반발 “비등”/중국최대 「신화서점」철거·이전

입력
1994.11.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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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서깊은 「정신적보고」 번화가 개발에 쫓겨/언론등 비난여론에 밀려 부근에 재건 결정 북경시민의 「정신적 보고」로 사랑받는 신화서점의 철거·이전문제로 중국의 지식인 사회가 시끌벅적하다.

북경의 명동격인 왕푸징(왕부정)가 입구에 자리잡고 있던 중국의 대표적인 서점인 신화서점이 14일부터 철거작업에 들어갔다. 매장이 4층에 걸쳐있는 연건평 1만㎡의 이 서점은 중국에서 해마다 출판되는 서적의 50%이상인 6만여종의 책을 취급하는 중국 최대의 서점. 중국이 공산화된 1949년에 문을 연 역사깊은 명소이기도 한 이 서점이 초대형 복합상가를 세우려는 지역 재개발 계획에 따라 철거·이전되는 운명에 처한 것.

 수도 북경의 「1번지」에 자리잡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지식인들에게 긍지를 갖게 했던 신화서점이 문을 닫던 지난 13일 이 곳에는 수많은 시민들이 찾아와 「작별」을 못내 아쉬워했다. 이날 서점측은 고객들이 섭섭한 심정을 표현할 수 있도록 매장 1층에 유언부를 비치했다. 한 시민은 여기에 『내가 처음 이 서점을 찾은 것은 20년전이었다. 그때도 지금처럼 고객들이 길게 늘어섰건만 귀하는 이제 옮겨가야만 하는구나. 충심으로 귀하에게 감사한다. 귀하는 우리의 스승이었고 벗이었다』고 썼다.

 철거되는 신화서점은 97년에 현재 자리에서 북쪽으로 조금 떨어진 곳(역시 왕푸징가)에 연건평 1만7천㎡에 문화오락시설도 곁들인 대규모로 다시 세워질 예정이다. 재회가 예정된 이별에 북경시민들이 이토록 아쉬워하는 이유는 패션의류점, 음식점, 가라오케등에 밀려 문화의 상징인 신화서점이 번화가 중심에서 쫓겨가는 신세가 되었다는 사실에 있다. 신화서점 철거부지에는 홍콩과 합작에 의한 건설비용 20억원(한화 1천9백5억원상당)규모의 초대형 복합상가 「동방광장」이 세워질 계획이다. 금싸라기 땅을 책방 따위로 묵힐 수 없다는 시장경제의 논리가 적용된 것이다.

 당초 북경시는 신화서점을 왕푸징가 밖으로 몰아내려 했다. 이에 북경 지식사회의 여론이 더욱 들끓었다. 신화서점이 이전되더라도 왕푸징가에는 남아있어야 한다는 의견이 편지와 전화등을 통해 시당국에 빗발쳤다. 지식인이 주요 독자층인 광명일보는 지난달 「신화서점, 너는 어디에 있어야 하는가」라는 연재 기획기사를 통해 신화서점이 왕푸징에 재건되어야 한다는 여론을 선도했다. 1면 머리로 이 기획기사를 게재한 광명일보는 하남성의 정주, 사천성의 곤명, 귀주성의 귀양, 광동성의 광주등 전국 각 주요도시에서 서점이 중심가에서 축출되었거나 축출될 위기에 처한 현실을 전하면서 경제발전을 앞세운 나머지 지식과 문화를 홀대하는 정부당국의 단견을 강도높게 비판했다. 광명일보에 이어 경제일보 중국청년보 차이나데일리등이 이에 가세했다.

 결국 북경시당국은 비등한 여론에 무릎을 꿇어 신화서점을 왕푸징가내에 재건토록 방침을 변경했다. 여론의 힘이 당국의 철거이전계획 자체를 포기시키지는 못했지만 정책을 바꾸도록 한 것은 권위주의체제인 중국에서는 보기드문 일이 아닐 수 없다.

 마지막 영업일인 13일 북경에는 첫눈이 내렸다. 북경의 지식인들은 이날의 눈발을 신화서점과의 일시적인 이별을 아쉬워하는 징표로 받아들이는 것 같았다.【북경=유동희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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