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의 시장개방 압력수단으로 이용 우려/EU,만족감표시… 러,소외감속 대책부심 아태경제협력체(APEC)정상회담에서 채택된 보고르선언에 대해 일부회원국들이 예상외로 강도높은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특히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내 주요국가들은 보고르선언의 핵심내용인 무역자유화 목표연도설정이 미국의 시장개방 압력수단으로 이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불안해 하고 있다.
아세안 6개 회원국중 보고르선언을 비교적 지지하는 국가들로는 미군기지 철수후 소원해진 미국과의 관계를 개선하려는 필리핀, 미국과의 교역으로 이익을 보고 있는 싱가포르, 그리고 이번 회의 의장국인 인도네시아 3개국정도다.
아세안의 중심국가인 말레이시아는 보고르선언직후 발표한 대표단 성명을 통해 『역내 선진국은 2010년, 개도국은 2020년까지 무역자유화를 실현한다는 선언문 내용은 구속력이 없는 희망사항』이라고 비판하고 이 선언에 선택적으로 참여할 것임을 밝혔다. 미국주도의 APEC에 강력히 반발해 온 모하마드 마하티르 말레이시아총리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선·후진국이 무역자유화 목표연도를 달리한다 해도 원천적으로 격차가 해소되지 않는 한 개도국은 선진국과 동등한 경쟁이 어렵다고 말했다.
태국의 수파차이 파니츠파크디 부총리(경제담당)는 무역자유화의 원칙에는 찬성을 표시하면서도 『출범한지 불과 6년밖에 안되는 APEC이 몇몇 국가들에 의해 교묘히 조종되고 있는데 대해 깊이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세안은 무역자유화의 대원칙에는 찬성하지만 이것이 미국에 의한 시장개방수단으로 이용될 가능성을 두려워하고 있다. 아세안은 특히 각국마다 정치와 역사적 배경, 그리고 경제력과 경제발전속도가 상이한 만큼 APEC을 유럽연합(EU)이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과 같은 대등한 관계의 경제공동체로 전환하는 것은 무리라고 보고 있다. 통상문제에 있어서도 관세무역일반협정(가트)을 대신할 세계무역기구(WTO)가 출범하는 만큼 별도의 기구는 필요치 않다는 것이 아세안의 생각이다.
이와 함께 중국의 강택민국가주석은 보고르선언과 관련, 『자유무역지대 창설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단계적이고도 점진적인 방법으로 움직일 필요가 있다』고 말해 급속한 무역자유화에 불만을 표시했다.
이에 반해 유럽연합(EU)은 보고르선언내용에 대해 만족감을 표시하고 이를 환영했다.
EU집행위의 리언 브리턴무역담당위원은 이날 성명에서 『APEC이 다른 지역에 대한 무역장벽을 높이지 않은채 역내장벽을 낮춘다면 바람직하다』며 2020년까지의 자유무역지대창설 합의를 환영했다.
한편 같은 아태국가이면서도 APEC에 가입하지 못하고 있는 러시아는 이번 보고르선언으로 아태지역에서의 영향력감소를 우려하며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알렉산데르 파노프외무차관은 15일 열린 아태지역정책협의회에서 『러시아는 APEC가입을 희망한다』는 의사를 밝히고 러시아의 대외정책은 아시아각국과의 선린우호관계를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러시아는 미국과 중국이 이 지역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며 새 국제질서를 주도해 나가는데 대해 불편해하고 있으며 경제개발을 위해 이 지역과의 협력이 긴요하다고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미 일 중이 러시아의 APEC가입에 별로 호응하지 않고 있는데다 한국마저 북한핵문제때문에 이 노선을 따르고 있는데 실망하는 듯한 눈치다.【외신=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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