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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역전경주 40년/박정삼 체육부장(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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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역전경주 40년/박정삼 체육부장(메아리)

입력
1994.11.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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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의주를 목표로 부산에서부터 숨가쁘게 달려오던 역전 대경주는 올해도 임진각에서 가쁜 숨을 몰아쉰채 되돌아서야한다. 6·25전쟁의 폐허속에서 스포츠 기본종목인 중장거리선수를 육성하고 향토사랑의 마음을 고취시킨다는 취지아래 1955년 한국일보 창간이듬해 시작된 역전경주는 어언간 40회째를 맞이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하물며 불혹의 연륜속에서 부산―서울 1번 국도인 역전경주로의 풍광도 세월만큼이나 많이 변했다. 울퉁불퉁 황톳길과 비포장 자갈길을 달리느라 힘겨워 했던 초창기에 비하면 아스팔트로 말끔히 포장된 현재의 경주로는 한껏 수월해졌다. 그보다 부산―서울 1천4백릿길 기본교통로였던 대역전경주코스의 도로 역할은 이제 경부고속도로가 대신하고있고, 이도 부족해 경부고속전철공사가 계획되고 있다. 지금은 차라리 정겹게 느껴지는 국도주변의 초가들은 60년대 시작된 새마을사업에 의해 딱딱한 슬레이트지붕으로 변모하더니 요즘은 농촌문화주택으로 또다른 변신을 하고 있다. 전화로 황폐했던 비산비야가 그동안의 산림녹화와 대체연료의 개발로 초록색으로 물들여졌다. 꼬불꼬불 논밭은 경지정리로 두부모처럼 잘라졌고 막걸리와 낫과 탈곡기가 동원됐던 추수도 커피잔과 함께 콤바인에 의해 기계화 됐다. 

 강산이 변하면 인심도 변한다. 대역전선수들이 동네어귀를 지날 때면 일손을 멈춘 채 태극기를 흔들며 성원하던 농촌잉여인력들도 이젠 도시의 산업역군으로 변신했다. 거꾸로 울긋불긋 무르익은 사과와 감이 흐드러지게 열려있지만 도시에 빼앗긴 농촌인력부족으로 과일을 따들일 사람이 없다. 풍요속의 박탈감에 짓눌린 농촌노인들은 어차피 도시인의 행렬로만 보이는 대역전의 주자들을 힐끔거릴 뿐이다.

 변하기는 대역전 주자들도 마찬가지다. 미제 나일론 팬츠에 운동화를 질끈 매고 달리느라 땀흘린 부위의 살갗이 벗겨져 아파하던 선수들이 이젠 첨단생체공학을 응용하여 제작한 스포츠웨어차림으로 뛰고 있다. 역전경주가 배출한 황영조선수는 히로시마 아시안게임에서 소속사가 제작한 마라톤화를 신고 우승테이프를 끊었다. 어쨌든 변화는 막을 수 없는 법. 언제쯤이면 대역전 경주가 도농간의 균형발전 속에 신의주까지 내쳐 달리면서 온 국민의 환호를 받을 수 있을는지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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