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외노인 잇단자살·레이건 치매고백 계기/대학 사회교육원 수강·건강상담 부쩍늘어 노인들과 정년을 앞둔 장년층의 건강한 노후 설계 활동이 활발하다. 자식들의 부모공양 기피풍조 확산으로 소외된 노인들의 잦은 자살, 레이건 전미대통령의 알츠하이머(노인성치매) 고백이 기폭제가 된 이같은 움직임은 대학의 사회·평생교육원과 사회복지사업단체등이 펼치고 있는 「노년 복지교육」등에서 잘 나타난다.
특히 최근 발생한 60대 노부부의 동반 자살사건, 자식들의 부모폭행 사건등 패륜사건들이 잇달아 충격을 받은 노인들이 자신의 건강을 점검하기 위해 병원을 찾거나 가족문제로 상담소를 찾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연세대 사회교육원이 올해부터 실시하고 있는「노인되는 법」강좌에는 정원을 훨씬 넘는 1백여명이 붐비고 있다. 50대중반∼60대중반인 수강생들은 건강관리 재정계획 여가선용등 7개 강의를 대입수험생들보다 더 진지하게 경청한다. 강의시간 외에는 집단상담과 역할극등으로 앞으로 닥칠 수 있는 상황에 대한 준비와 연구에 여념이 없다.
죽음의 철학, 건강관리, 요가, 노인심리등으로 꾸며진 덕성여대 평생교육원의 「중년 노년 복지과정」은 과목마다 30여명 이상이 참여하고 있다. 노인 수강생들은 10년간 중풍을 앓다 자식들에게서 소외된 노부부의 동반자살과 패륜아들, 레이건 대통령의 치매고백을 화제로 건강한 노후에 대한 관심을 한층 증폭시키고 있다.
노인심리 정신건강 노후관리 죽음준비 교육등의 과목으로 「노인교육지도자 전문강좌」를 개설한 이화여대 평생교육원에는 지난 학기 수강생이 90여명이었으나 가을 학기에는 1백30여명으로 늘었다. 특히 최근의 사회분위기를 반영하듯 신청문의가 크게 늘고 있다는 것이 관계자의 말이다.
김모씨(63) 부부는 연세대 사회교육원에 함께 수강하고 있다. 남편이 정년퇴직후 2년간 손자손녀를 돌보며 시간을 보냈으나 3년째 접어들면서 무엇인가 해야 된다는 생각에 노인교양강좌에 등록했다. 김씨는 『처음에는 혼자 수강하다보니 결석하는 날도 많았으나 아내와 함께 다니면서 새로운 기분으로 여생을 즐기게 됐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에는 노인 건강상담자가 전체 상담자의 10%에 달하는 하루 평균 15명에 이른다. 일반 건강검진센터들도 노인들이 20% 내외를 차지한다.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유태수교수는 『과거에는 노인들이 병이 생겨야만 입원했으나 최근에는 스스로의 새 인생을 개척하기 위해 질병예방차원에서 병원을 찾는 경우가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서울대 최성재교수(사회복지학과)는 『노인들은 자녀들이 자신들을 내팽개치고 결국 짐이 된다고 생각하면 자살충동을 느끼게 된다』며 『이는 핵가족화에 따른 가족윤리 붕괴와 노인복지정책 부재에 원인이 있으므로 가정 학교 정부 모두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장학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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