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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구 단편 「더더대를 찾아서」/윤지관(소설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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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구 단편 「더더대를 찾아서」/윤지관(소설평)

입력
1994.11.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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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림받은 사람들에 대한 그리움 까마귀는 죄다 어디로들 갔을까. 이문구의 단편 「더더대를 찾아서」(「문학동네」 겨울호)의 시작이자 끝을 이루는 이 질문은 작품을 일관하는 작은 화두이다.

 예전에 그토록 흔하던 까마귀가 언제부턴가 사라지고 지금은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주인공 이립은 어린 시절부터 대개의 사람들이 그러하듯, 까마귀를 싫어해왔다. 그러던 그가 서울생활에 지쳐 고향에 돌아온 후 무엇보다 궁금해진 것이 바로 생김새도 보기 싫고 짖는 소리도 듣기 싫은 그 「흉조」의 행방이다.

 물론 이 소설은 새의 생태에 대한 보고서는 아니다. 까마귀는 주인공에게 단순히 새의 한 종류일 뿐 아니라 구박받고 설움받고 심지어 이용당해온 모든 못난이들의 비유가 된다. 흉조니 길조니의 설정부터가 실은 사람들이 만들어낸 관념에 불과하다. 까마귀에 대한 어린 시절의 편견을 벗어나지 못하던 이립이 「외로움과 서러움을 도맡아서」 살다가 지금은 숫제 어디론가 사라져버린 이 새를 새삼 궁금해하는 것은, 그처럼 흔적을 감춰버린 버림받은 사람들에 대한 그리움 때문이다.

 작가는 고향마을을 배경으로 새에 관한 생각과 인간에 대한 명상을 교묘하게 결합시켜 독특한 세계를 창조하고 있다. 평소 인간을 옹호하지 않는 글은 글이 아니라는 생각으로 살아온 주인공이지만, 서로 아무 상관없이 살아가는 윗사람들을 피하고 싶어 낙향하기도 한 것이다.

 무관심하고도 영악한 사람들로 가득한 도시생활 못지않게 온갖 「꾼」들이 들락거리는 시골도 이젠 예전같지 않다. 이런 세태 앞에서 까마귀처럼 구박덩이로 살아가던 사람들에 대한 그리움이 새록새록 돋아나게 된다.

 주인공이 말더듬이 거지 더더대의 기억을 되살릴 수 있었던 것은 다름아닌 이 그리움의 힘이다. 우연찮게 해후한 어린 시절의 동무 언년이와 이야기를 나누다 기억이 되살려졌으나 이 기억의 회복은 그냥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바로 주인공이 낙향하면서 마음 속 깊이 품은 소망, 「보고 싶은 인간」을 만나고 싶다는 생명의 욕구에 바탕한 것이다.

 까마귀보다 더 새까맣던 더더대는 세상에서 버림받은 반편이지만, 바로 그러하기에 누구도 훼손할 수 없는 사람다움을 간직하고 있다. 시튼의 동물기에 설명된 까마귀처럼 더더대도 예쁜 사금파리를 주워모은다. 더더대를 찾는 행로는 바로 잃어버린 아름다움을 찾는 길이기도 하다. 짙은 과거지향의 낌새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이 매력적인 것은 단지 작가 특유의 우리말 구사에 힘입은 것만은 아니다.<문학평론가·덕성여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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